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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덕의 정보통신부<346>노 대통령, 첫 조각 '파격'

[특별기획] 대통령과 정보통신부

by 문성 2015. 10. 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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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첫 조각(組閣)파격’, 그 자체였다. 관료사회의 충격이 가장 컸다.

 

역대 정권 사상 처음으로 국민인터넷 추천제로 장관 후보자를 구했다. 그간의 관행과 서열을 철저히 무시했다. 5단계 심사과정을 통해 적재적소(適材適所)의 인물을 발탁했다. 삼고초려(三顧草廬)도 했지만 장관 자리를 고사(固辭)한 인사도 있었다.

 

조각 발표 형식과 절차도 기존 관행을 깼다. 과거 정부는 내각 발표 후 대통령이 임명장을 줬다. 노무현 정부는 임명장을 준 뒤 명단을 일괄 발표했다. 과거와 정반대 형식이었다.

 

발표도 청와대 비서실장이나 수석이 아닌 대통령이 기자들 앞에서 각료인선 원칙과 배경을 설명했다. 낯설지만 신선한 충격이었다.

 

노무현 정부가 출범한 이틀 후인 2003227.

청와대는 오전부터 바쁘게 돌아갔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집무실에서 고 건 신임총리(대통령 권한 대행 역임, 현 기후변화센터 명예이사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노 대통령은 "행정에 대한 고 총리의 능력과 투명성 외에 특히 안정성을 염두에 두고 임명한 만큼 국민이 그런 믿음을 가질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고 총리는 이에 대해 "대통령의 나무 받침대 역할을 충실히 수행, 국민이 걱정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2. 청와대 본관 오른쪽 충무홀.

노 대통령은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에 임명된 김진표 대통령직인수위 부위원장(교육부총리 역임)을 비롯한 장관급 인사 19명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노 대통령은 정보통신부 장관에 진대제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 총괄사장(현 스카이레이크 인큐베스트 회장), 과학기술부 장관에 박호군 한국과학기술연구원장(현 한독미디어대학원대학교 총장), 문화관광장관에 영화감독인 이창동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현 한국 예술종합학교 교수)등을 각각 발탁했다. 교육부총리는 인선이 늦어져 이날 명단 발표에서 제외했다.

 

노 대통령은 이들에게 임명장을 준 뒤 각각 기념촬영을 했다.

그런데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 기념촬영을 끝낸 노 대통령이 느닷없이 다시 사진촬영을 하자고 했기 때문이었다. 의전(儀典)에도 없는 일이었다.

내가 지금 잘못하는 것 같다. 장관들이 나와 사진을 찍을 게 아니라 총리하고 사진을 찍어야 소속이 분명해 진다. 귀찮지만 한 번 더 사진을 찍자

 

노 대통령은 고 총리를 자신의 오른쪽에 서게 해 다시 국무위원들과 개별 기념사진을 찍었다.

노 대통령은 신임 국무위원들과 짐시 차를 마신 후 함께 버스를 타고 기자회견장인 춘추관으로 이동했다. 대통령이 국무위원들과 같은 버스로 기자회견장으로 가는 일도 처음이었다.

 

 

고 총리가 먼저 춘추관 2층 기자회견장에서 19명 신임 장관을 차례로 소개했다. 경력과 인선 이유를 덧붙였다. 이어 김진표 경제부총리를 시작으로 신임 장관들은 상기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국민에게 첫 인사를 했다.

 

노 대통령은 분위기 쇄신용 개각을 하지 않고 장관 임기를 최대한 보장하겠다창조적 아이디어의 공급이 필요

한 부처는 2년 내지 2년 반정도 임기를 보장하고 지속적 개혁이 필요할 부처는 대통령 임기와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또 모든 행정에 대한 권한과 책임은 총리에게 넘기고 청와대 수석이 장관에 대해 시어머니 역할을 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책임 총리제 운영 방침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한분 한분에 대해 궁금한 게 있으면 답하겠다"며 기자들의 질문을 유도해 질의응답도 했다.

 

-인선 원칙은.

적재적소를 첫째 원칙으로 삼았고,안배를 보완적 고려사항으로 삼았다. 개혁 장관을 말한 바 있는데 그것은 개혁성이 부각됐다는 뜻이다. 지역안배는 해놓고 보니 자연스럽게 돼 있었고,출신학교 안배를 하면 전체 인사가 엉망이 될 것 같아 포기했다.

 

-교육부총리 인선이 빠져 있는데.

경영 마인드를 갖추면서도 교육계 전체의 호감을 살 분을 못찾았다. 몇분 비슷한 분이 있는데 더 좋은 분을 찾기 위해 좀 시간을 갖기로 했다.

 

-총리 제청권은 얼마나 고려됐나.

인선이 3배수로 압축됐을 때 자료를 보내 의견을 물었다. 총리가 어떤 부분에 대해서는 너무 파격적이라는 의견을 제시해 몇자리가 바뀌었다.

 

-40대 전직 군수와 변호사를 행정자치부·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한 데 대해 지나친 파격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파격으로 보는 시각이 타성에 젖어 있다고 생각한다. 김두관 행자부 장관은 자치단체장으로서의 업적이 이미 많이 검증돼 있다. 변화를 지향하는 상징적 의미도 고려했다. 나는 법무부를 검찰청으로부터 독립시키려 한다. 검찰의 독립을 꾀하고,서열주의에 구속되지 않으려 했다.

 

노 대통령은 기자회견이 끝나자 큰 소리로 "잘 부탁합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춘추관을 떠나기에 앞서 고 총리, 문희상 비서실장(국회부의장 역임. 현 새정침민주연합 국회의원) 등과 함께 1층 기자실을 찾아 취재진들과 일일이 악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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