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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덕의 정보통신부<348>정통부장관 1순위, 안문석교수 고사 "왜"

[특별기획] 대통령과 정보통신부

by 문성 2015. 11. 18.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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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드리는 곳마다 외면했다. 노무현 정부 첫 정보통신부 장관 인선 과정이 그랬다.

 

노무현 정부는 각료발탁의 기조를 개혁장관 안정차관에 두었다. 관료사회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고자 했다.

고위관료, 학자, 기업인 등이 내심 입각을 희망하며 청와대 전화를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은 많았다. 하지만 적임자로 점 찍어 장관직을 제안하면 당사자가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한번도 아니고 두번째 입각제안도 거부당했다. 난감한 일이었다.

 

진대제 삼성전자디지털 사장(현 스카이레이크 회장)의 정통부 장관 발탁 과정도 예외가 아니었다. 청와대가 입각제안을 하자 단번에 거부했다. 이러다간 참여정부의 청사진은 물거품이 될 수 있었다. 청와대 인사 관계자들은 속이 탔다. 결국 두번째는 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진대제 사장을 설득했다.

 

그동안 커튼뒤에 가려졌던 노무현 내각 첫 정통부 장관 발탁의 막전막후를 알아보자.

 

200327.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각분과별로 소관부처 장관추천 인사추천위원회를 구성했다. 인사위에서 소관부처 장관 후보자를 심사해 추천했다. 장관직으로 가는 1차 관문이었다.

 

경제2분과 소관인 정통부 장관 외부 인사추천위원으로는 안문석 고려대 교수( 고려대 부총장,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장, 현 고려대 명예교수, 정부3.0 자문단장)와 이주헌 한국외국어대 교수(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 역임), 조강환 방송위원회 상임위원(디지털방송추진위원장 역임)이 각각 임명됐다. 1차 관문이었다.

 

산업자원부 장관 외부 인사추천위원은 조동성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한국학술단체총연합회장 역임, 현 서울대 명예교수), 온기운 매일경제신문 논설위원(현 숭실대 교수), 정장섭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한국중부발전사장 역임), 과학기술부 장관 외부장관 추천위원은 천성순 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회 위원장(작고) 등이었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이날 오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2분과 및 외부 인사추천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정통부, 산자부, 과기부 등 경제2분과 6개 부처 장관 인선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노 당선자는 정통부, 산자부, 과기부 인선에 대해 "앞으로 우리의 미래를 이끌어갈 분야인만큼 미래 예측력이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회의에서는 정통부, 과기부 등 IT분야 장관으로는 세일즈 능력을 겸비한 인사를 발탁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경제2분과는 28일과 10일에 걸쳐 회의를 열고 정통부와 과기부 장관에 대한 후보추천을 마무리했다. 국민인터넷추천제와 각 분과별 추천, 그외에 각계 인사를 통해 추천된 장관 후보자들을 놓고 심사를 진행했다.

 

박기영 당시 경제2분과 인수위원(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 역임. 현 순천대 교수)의 회고.
외부 인사위원들은 추천된 장관 후보자를 대상으로 심사를 진행했습니다. 당초 진대제 사장도 외부 인사추천위원에 들어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심사를 하려고 보니 진 장관이 후보자명단에 올라있었습니다. 그래서 진 사장은 인사추천위원에서 배제했습니다.”

 

정통부 장관 후보자로서는 전직 고위관료, 국책연구 기관장, 기업체 CEO, 교수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인사 30여명이 추천됐다. 인사추천위원들은 이들을 놓고 적격 여부를 심사했다. 그 결과 정통부 장관 후보 1순위는 안문석 고려대 교수(사진)가 뽑혔다.

 

 

안문석 교수의 증언.

김대환 경제2분과 간사( 인하대 교수, 노동부 장관 역임, 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장)이 저한테 전화를 전화를 했어요. 인사추천위원으로 일해 달라는 겁니다. 갔더니 후보자 명단이 있더군요. 그 명단에 저도 들어있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제가 분명히 말했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온 이유는 장관을 할 생각이 없다는 말을 할려고 왔다. 진심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런 조건으로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는데 추천위원들의 투표결과를 보니 제가 1위로 나왔습니다. ”

안교수는 의외의 결과가 나오자 거듭 장관 후보직을 완강히 고사했다.

 

김대환 경제2분과 간사가 나섰다.

이제 안 교수님 역할은 끝났습니다. 나머지는 우리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안 교수의 회고.

 

당시 어윤대 고려대 총장(KB금융지주 회장,현 고려대 명예교수)이 나를 몇 번이나 찾아와 부총장을 맡아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래서 1년 만 부총장직을 맡기로 어 총장과 약속한 상태였습니다. 장관자리도 좋지만 교수가 학교와 한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그런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

 

인사추천위원으로 활동한 이주헌 교수의 기억.

후보자 명단을 놓고 추천위원들이 적임자에 동그라미를 쳤습니다. 1순위가 안 교수였습니다. 청와대도 안 교수를 첫 정통부 장관으로 내정했습니다. 그런데도 본인이 뜻을 꺽지 않고 극구 고사했습니다. 안 교수를 집으로 찾아가 장관직을 맡으라고 권했는데도 요지부동이었습니다. 그래서 후보자 추천작업을 다시 했습니다.”

 

안 교수는 당시 문재인 민정수석 내정자( 청와대 비서실장 역임. 현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의 전화도 받았다. 문 내정자는 거듭 장관직 수락을 요청했다.

 

안교수가 증언한 두 사람의 당시 통화내용.

왜 그렇게 장관직 제안을 거부하십니까. 혹시 말못할 이유가 있습니까

첫째는 학교와 한 약속 때문입니다. 둘째는 큰 아이가 미국에서 공부하는데 국적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법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도덕적으로 흠이 될 수 있습니다. 노무현 정부의 첫 내각의 장관들은 도덕적으로 흠결이 없어야 합니다.”
노 정부는 자녀 국적문제는 고려사항이 아닙니다

그래도 제 입장은 변함이 없습니다. 대신 김대중 정부시절부터 맡고 있던 대통령자문기구인 규제개혁위원장은 잔여임기가 1년여 남았는데 임기를 채울 수 있게 배려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문 내정자는 잘 알겠다고 대답했다. 안 교수는 정권이 바뀐후에도 규제개혁위원장으로 1년을 더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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