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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덕의 정보통신부<350>노 대통령 진대제 장관에 임명장 수여

[특별기획] 대통령과 정보통신부

by 문성 2015. 12. 11.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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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사람이 진대제 사장이 정보통신부 장관으로 가장 적임이라고 추천했습니다. 앞으로 10, 15년 뒤에 우리나라 국민이 먹고 살 거리를 정부에 와서 만들어보면 어떻겠습니까

 

2003227일 오전 11시께.

진대제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총괄 사장(현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회장)에게 청와대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노무현 대통령 전화였다.

진 사장은 당황했다. 그는 언론에서 유력한 정통부 장관 후보로 거명됐고 삼성그룹 회장실을 통해 간접 입각의사를 타진해 왔을 때 한마디로 딱 잘라 고사했다. 그런데 대통령이 직접 전화를 해 장관직을 제안한 것이다. 짧은 순간 온갓 생각이 뇌리를 스쳐갔다. 어떻게 해야 하나.

 

산간벽촌 가난한 집안의 아들로 태어나 초등학교 때부터 국가 장학금으로 공부해 오늘의 위치에 오른 진 사장이었다.

진 장관의 증언.

대통령이 그냥 막연하게 장관직을 제안한 게 아니라 정부에 와서 10, 15년 뒤 우리 국민이 먹고 살거리를 만들어보자는데 어떻게 거절합니까. 모든 게 운명이고 국가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간난신고(艱難辛苦)의 짐을 지기로 결심했다.

알겠습니다. 국가를 위해 봉사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앞으로 열심히 해 주시길 바랍니다.”

 

명예와 부(),실력의 3박자를 갖추고 잘 나가던 진 사장의 공익근무(公益勤務)’는 이렇게 시작했다.

전화를 끊은 진 사장은 아내에게 노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과 입각 승락 사실은 알렸다.

 

그는 수화기를 놓자 삼성그룹 회장실로 올라갔다. 이건희 회장(현 삼성전자 회장)은 해외에 머물고 있었다. 이학수 그룹회장 비서실장(삼성전자 부회장 역임,현 삼성물산 고문)에게 자신의 선택을 설명했다. 이 실장은 그룹의 기본방침은 본인이 입각을 원하면 막지 않는 것이라며축하한다고 말했다.

 

진 사장의 정통부 장관 발탁은 남궁석 전 삼성SDS 사장(작고, 새천년민주당 정책위의장, 국회 사무총장 역임)에 이어 두 번째 삼성 출신 장관이었다.

잠시 후 진 사장에게 정찬용 인사보좌관(청와대 인사수석 역임. 현 인재육성재단 이사장)의 전화가 왔다.

오후 2시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하라는 내용이었다.

 

진 사장이 몇 가지 문제가 있다고 하자 이미 검증해 봤고 아들 이중 국적 문제는 고려사항이 아니다. ”라고 말했다. 정 보좌관은 자세한 이야기는 만나서 하자며 전화를 끊었다.

 

그는 오후 2시 청와대 본관 충무홀에서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았다.

 

 

청와대에도 회사 차량을 타고 갔다. 어디로 가는지 잘 몰라 청와대에 가서 물어 본관 2층 충무홀로 들어갔다.

 

진 장관의 증언.

당시 경황이 없어 뭘 어떻게 했는지 거의 기억이 없습니다. 취임식이 끝나고 정통부로 올 때도 삼성 차량으로 왔습니다.”

서울 광화문 정통부 청사에 도착한 진 장관은 현관에서 남궁 민 총무과장(우정사업본부장 역임, 현 한국산업기술시험원장)의 영접을 받았다. 의전은 총무과장 소관업무였다.

 

남궁 민 당시 총무과장의 말.

정통부 입구에서 진 장관을 안내해 장관실로 모셨습니다. 정통부로 오실 때 삼성측이 수행했습니다.”

진 장관은 김태현 차관(정보통신진흥연구원장, 하나로텔레콤 회장 역임)을 비롯한 실. 국장들과 인사를 나눈 후 장관실에서 차를 마시며 잠시 환담했다. 이어 오후 430분 정통부 14층 대회의실에서 취임식을 갖고 공직자로서 업무를 시작했다.

 

진 장관은 정통부에서 작성한 취임사를 그대로 읽었다.

취임사는 류필계 당시 공보관( 정통부 정책홍보관리본부장 역임, LG유플러스 부사장)이 작성했다.

 

류필계 공보관의 말.

새 장관 취임에 맞춰 사전에 공보관실에서 취임사를 준비했습니다. 진 장관이 별도 주문을 하지 않아 취임사 내용에 변동은 없었습니다.”
진 장관이 6시 퇴근과 동시에 삼성전자로 달려갔다. 삼성전자에 사장직 사직서를 제출하기 위해서였다. 사장 퇴임식도 하지 못했다. 삼성전자에서 주는 기념패도 2년 후에 받았다.

 

진대제 정통부 장관은 자타가 인정하는 초고 엘리트다. 이력도 화려하다. 1952년생인 진 장관은 경기고·서울대 전기공학과를 거쳐 국비유학생 1호로 미국 메사추세츠 주립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메사추세츠 대학에서는 2년간 수강한 전과목에서 A를 받아 그 학교의 전설이 됐다. 당시 국내 한 언론은 국비 유학생 1호 진대제, 전과목 A 받아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이어 스탠퍼드대학에서 전자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의 나이 31세였다. 그가 발표한 박사학위 논문은 진대제 이론이란 제목으로 반도체 교과서에 정식 소개됐다.

 

그는 19835월 미국 IBM의 두뇌인 왓슨 연구소에 연구원으로 입사했다. 왓슨 연구소는 직원 2500명중 800명이 박사였다.

그는 자신과 굳게 한 약속이 있었다. 세계최고의 반도체기술을 배우면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다짐이었다. 그런 신념에 따라 2년 후 그는 삼성반도체로 자리를 옮겼다.

 

진 장관의 증언.

삼성이 저를 스카웃했다는 데 그건 사실이 아닙니다. 제가 삼성에 찾아가 삼성반도체 미국법인구소에 입사하게 됐습니다. 고교 선배인 이일복 박사가 그곳 책임자였습니다. 박사학위를 받고 나좀 데려가시오했더니 그때는 신참 박사는 안 받는다며 거절하더군요. 2년이 지나 오라고 하길래 IBM 몰래 삼성에 가서 면접을 보고 사표를 냈습니다. 주변에서 최고의 직장을 그만두는 걸 보고 다들 놀라움을 금치 못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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