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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덕의 정보통신부<353>노 대통령"무슨소리요. 일은 시작도 안했는데"

[특별기획] 대통령과 정보통신부

by 문성 2016. 3. 5.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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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4일 저녁 청와대 비서실에서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35일 아침 청와대로 들어와 노 대통령과 조찬을 하자"는 연락이었다진 장관은 상황변동이 생긴 것으로 판단했다. 그는 사퇴서를 작성해 청와대로 들어갔다.

 

 

                                                        (사진은 3월7일 참여정부 국정토론회에 참석한 노무현 대통령)

                                           

조찬은 노 대통령과 부인 권영숙 여사,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현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 4명이 했다. 조촐한 한식이었다.

진 장관이 전한 노 대통령과의 대화 내용.

삼성전자 재직시에 있었다는 대표 소송의 내용이 무엇입니까

“1995년 당시 반도체 전무시절 그룹 결정에 의례적으로 참여한 일이 있습니다. 그후 1998년 부당내부 거래 관련 민사소송에 저도 포함되었습니다. 저와는 무관한 일이었습니다.”

 

세무(稅務)에 밝은 노 대통령은 금새 상황을 파악했다.

그거 별 문제가 아니군요. 그건 그렇고 요새 어떻습니까. 연론에 시달리니 좀 괴롭지요. 하지만 너무 걱정마세요. 좀 지나면 괜찮아 질겁니다. 내가 기자실에서 진 장관이 사퇴할 이유가 없다고 할까요.”

 

문 수석이 깜짝 놀라며 말렸다.

안됩니다. 대통령이 나서면 사태가 더 어려워집니다. 제가 기자회견을 하겠습니다.”

진 장관은 이 자리에서 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제가 정부에 부담이 되면 사퇴하겠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요. 아직 먹을거리 장만하는 일은 시작도 안했는데...”

 

청와대 관계자 A씨의 말.

당시 인사추천은 인사보좌관실에서, 검증은 민정수석실에서 했습니다. 삼성전자 부당내부거래 소송건을 민정수석실에서 제대로 검증을 못했어요. 진 장관이 이 일에 직접 관여했다면 그냥 넘기기 어려운 상황이었어요. 문제가 안된다는 걸 대통령이 이날 직접 확인한 것이죠

 

36일 오후.

문재인 민정수석과 정찬용 인사보좌관(청와대 인사수석 역임, 현 인재아카데미 이사장. 사단법인 사랑의 빛 이사장)이 춘추관 기자실에 나타났다..

문 수석은 "이제 논란을 끝내줬으면 한다"며 더 이상 진 장관의 문제를 확산시키지 말 것을 당부했다.

정찬용 인사보좌관도 진 장관은 우리 나라 IT산업 발전을 위해서 가장 능력 있는 적임자라고 판단해서 임명했다비록 진 장관이 개인적으로 흠결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장관 재임기간 중에 최대한 IT강국으로 한국이 우뚝 설 수 있도록 일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말했다.

 

정찬용 보좌관의 회고.

그는 반인륜이나 반사회적인 일을 한 게 아닙니다. 정통부 장관은 국민의 먹을거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돈 많이 버는 모범생이 해야 합니다. 진 장관 같은 인물은 우리가 국내에 불러들여서 국가를 위해서 봉사하게끔 해야 하는데 이중국적, 또 자녀들의 병역문제 이런 부분에 대해 폐쇄적으로 운영한다면 그분들이 국가에 봉사할 수 없게 되잖아요.”

 

당시 문화일보 기자로 활동하던 도올 김용옥 교수(현 한신대 석좌교수)36일자 이슈진단에서 진 장관 과연 돌맞을 사람인가라는 제목의 칼럼을 실었다.

그는 이 글에서 나는 진대제를 만나본 적도 없고 그에게 개인적 관심을 가져본 적도 없다. 그러나 진대제가 정보통신부 장관으로서는 매우 적임의 유능한 인물이라는 것은 나의 객관적 정보통신의 자료에 의하여 확고히 판단할 수 있는 사항에 속하는 것이다. 그는 미국에서도 크게 기용될 수 있었지만 삼성에 와서 소위 반도체 메모리 셀의 메가시대를 연 한국반도체업계의 파이오니어적 인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진대제는 세계적인 업계의 스카웃대상이 되는 인물이기 때문에 그의 국제적 위상이나 발언권은 이미 범인의 스토리를 초월하는 것이다. 진대제라는 독립된 개체의 축적된 성실한 역량이 그 부수된 관계상황에 의하여 말살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그 개인의 손실이기에 앞서 국가적 상실이다. 정통부는 디지털시대의 기술융합을 효율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국가부서이며 국민의 도덕적 기강을 세우는 철학적 기관은 아니다새로 출범한 행정부에게도 너그러운 행동의 여백을 허락하는 성숙함을 과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여론은 수그러들었다.

10일 만에 인사파문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그 기간중 인간적 고뇌는 깊었다. ‘무슨 영화(榮華)를 보겠다고 장관직을 수락해 이 고통을 겪어야 하나하는 회한과 가족에 대한 미안함으로 체중이 5Kg이상 빠졌다.

진 장관은 마음의 앙금을 훌훌 털고 신들메를 고쳐맸다. 최단명 장관이 될뻔한 그는 특유의 열정으로 최장수 정통부 장관의 기록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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