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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덕의 정보통신부<357>정통부, 사상 첫 '파워포인트' 보고

[특별기획] 대통령과 정보통신부

by 문성 2016. 4. 17.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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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부는 328일 대통령업무보고(사진 e영상역사관)에서 총 72개의 화면을 준비했다. 이 중 업무보고 자료는 46 개였다. 나머지 26개는 참고자료였다.

업무보고가 끝나자 진대제 장관이 정통부 업무보고 내용에 대한 질문을 받겠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이 보고 내용에 대해 질문했다.

그런데 또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답변 내용이 화면에 나타나는 게 아닌가. 정통부가 사전에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을 백업자료로 준비해 놓았던 것이다.

 

 

진대제 장관의 증언.

대통령 업무보고 자료를 만들면서 사전에 실. 국별로 예상 질문을 받아 답변서를 만들었습니다. 그 자료를 백업 슬라이드에 넣어두었다가 질문을 하면 즉시 답변이 스크린에 나타나도록 했습니다. 다른 부처의 경우 말로 길게 설명했는데 우리는 그럴 필요 없이 화면에 그림과 도표로 일목요연하게 답변 내용을 소개했습니다. 보충 설명 외에 길게 설명할 필요조차 없었습니다. 참석자들이 다룬 부처에 비해 월등히 많은 질문을 했습니다. 사전에 준비를 한 관계로 예상을 벗어난 질문은 없었습니다. ”

노 대통령도 자신의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답변내용이 화면에 나오자 ? 답변 내용이 벌써 화면에 떴네라며 감탄했다.

십여 개의 질문을 참석자들로부터 받았다. 하지만 보충 설명과 그림, 그래프까지 이용한 명쾌한 답변에 참석자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보고회에서 지능형 로봇이나 내장형 소프트웨어 등 IT분야 중 아직 미개척분야가 많고 기존 IT산업 중에서도 아직 개발할 분야가 많으므로 성장 잠재력을 확인해 세계 최고 수준으로 발전시켜 나가 달라고 당부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IT산업이 앞으로 성장엔진으로 발전하려면 핵심기술 연구개발과 인력양성에 역점을 둬야 한다“IT분야를 포함한 과학기술 인력 전반에 대해 관계 부처 및 전문가와 좀 더 깊이 있는 토론을 해 달라고 주문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정통부에 정말 잘한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대통령의 칭찬은 정통부 공직자들에게 신명나는 일춤을 추게 했다.

 

그러나 사상 첫 파워포인트 업무보고를 준비하기까지 정통부는 내부적으로 엄청난 몸살을 앓았다.

진대제 장관의 말.

삼성전자에서도 저는 파워포인트를 잘 하는 고수(高手)에 속했습니다. 파워포인트는 HP 등 외국기업의 경영자를 설득하는데 가장 효과적이었습니다. 학회 등에서도 발표할 자료는 모두 직접 파워포인트로 만들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파워포인트를 잘하게 된 것입니다.”

진 장관이 취임 후 대통령 업무보고를 파워포인트로 하라고 지시하자 정통부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익숙함과의 이별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더욱이 진 장관은 이 분야 최고 전문가였다. 정통부 관계자들은 삼성전자로 냅다 달려갔다고 한다. 진 장관이 사장시절 어떻게 파워포인트를 사용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김창곤 당시 정보화기획실장(정통부 차관 역임, 현 한국디지털케이블연구원장)의 회고.

실무자들이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파워포인트로 대통령 업무보고 자료를 만들어 본 적이 없으니까요. 일에 대한 진 장관의 집중력과 열정은 대단했습니다. 진 장관은 최종 순간까지 내용을 검토하고 수시로 바꾸었습니다. 최고를 위한 최선의 노력이죠. 대통령보고가 끝나기 전에는 일이 끝난 게 아닙니다.”

노준형 국장의 증언.

대통령 보고는 부처의 가장 큰 행사입니다. 매년 하는 일이므로 나름대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진 장관 취임 후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해보지 않은 파워포인트로 보고 자료를 만들라는 지시를 했으니 얼마나 당황했겠습니까. 당시 기획관리실장이 공석이어서 제가 준비를 했는데 장관실에서 날마다 회의를 했습니다. 청와대 보고당일 가장 힘들었던 게 시간을 맞추는 일이었습니다. 보고 시간이 20분간으로 정해졌는데 사전 리허설을 했지만 이를 정확히 맞추는 게 어려웠습니다. 당시 파워포인트는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거의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정부부처는 더 말할 나위가 없었습니다.”

정통부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며 고생 끝에 파워포인트로 보고서 초안을 만들었다. 하지만 진 장관의 마음에 들리 만무했다. 잔 징관은 장관실에 스크린과 컴퓨터 등을 설치해 놓고 하나하나 내용을 점검했다. 그리고 수없이 내용을 가다듬었다.

진 장관의 이어진 증언.

보고 내용을 다 직접 정리했습니다. 매일 장관실에 모여 회의를 하면서 보고 자료를 만들었습니다. 제목을 직접 달고 글씨와 도표, 애니메이션도 다 결정했습니다. 마무리만 전문 업체에서 했습니다.”

정통부는 파워포인트 보고계획을 사전에 청와대에 보고했다. 청와대는 흔쾌히 이를 수락했다.

노력한 대가는 대통령의 극찬이었다. 정통부는 이후 노 대통령의 주목을 받았다. 정통부가 노 대통령이 추구하는 개혁과 혁신의 선도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햇볕이 밝으면 그늘도 짙는 법. 정통부를 향한 시샘의 바람이 시나브로 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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