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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덕의 정보통신부<394>갈등 해결 모범 'DTV전송방식'

[특별기획] 대통령과 정보통신부

by 문성 2016. 7. 16.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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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과거로 돌아가 DTV추진 과정을 알아보자.

정통부는 19971120일 디지털장송추진협의회(위원장 이충웅 서울대 교수)와 정보통신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미국의 ATSC방식을 국내 지상파 디지털TV표준방식으로 결정했다.

김창곤 당시 전파방송관리국장(정통부 차관 역임, 현 한국디지털케이블연구원장)의 회고.
전송방식을 미국식으로 결정할 때 방송사 기술본부장들이 다 동의했습니다. 당시 방송환경과 국익을 고려한 최선의 선택이었습니다

그런데 20008월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와 전국언론노동조합, 시청자연대회의 등이 DTV전송방식 재검토를 정부에 요구했다. 미국식은 도심 수신이 불량하고 휴대 및 이동서비스에 부적합한 반면 유럽식은 이동수신이 양화해 대만도 미국식 도입을 포기했다는 게 논거였다.

노무현 대통령도 후보시절 대선공약으로 DTV전송방식 재검토를 제시했다.

MBC2002년부터 특별기획 디지털전송방식 논란, 진실은 무엇인가를 비롯, 시사매거진 2580그래도 미국식인가’, PD수첩 디지털전송방식 논란’, MBC 100분토론 디지털방송, 미국식인가, 유럽식인가등을 통해 이 문제를 집중 보도했다. 이바람에 DTV전송방식은 사회이슈로 떠올랐고 국회 단골 질의메뉴가 됐다.

2003104.

진대제 장관과 노성대 방송위원장(MBC사장. 광주문화재단 대표 역임)은 이날 오전 조찬회동을 갖고 해외 DTV 실태 합동조사단 구성에 합의했다. 공동조사단장은 김창곤 당시 한국정보보호원장과 이효성 방송위 부위원장(현 성균관대 교수)이 맡기로 했다. 조사단은 정통부 2, 방송위 2, 방송3사 각 1, 경실련 1, 학계2, ETRI 1, 산업계 2, 각 방식의 기술전문가 1명 등 모두 18명으로 구성했다.

정통부에서는 이재홍 방송위성과장(전남체신청장 역임, LP가스공업협회 부회장)과 송상훈 사무관(현 미래창조과학부 과장, 현 국외연수중)이 참여했다.

조사단은 1122일 출국해 지상파 DTV전송방식과 관련한 쟁점사항을 확인, 검증할 수 있는 미국, 영국, 독일, 호주, 대만, 일본, 멕시코, 캐나다, 싱가포르 등 9개국의 정부기관, 표준화단체, 방송사 등 25개 기관을 방문했다. 미국에서는 ATSC 서비스 제공실태를 실내외 아날로그 대비 수신성능을 비교하고 호주에서는 본 방송중인 디지털TV 서비스를 실측해 쟁점사항을 확인, 검증했다. 조사단은 25일의 해외실태조사를 벌이고 1216일 귀국했다.

김창곤 당시 공동 단장의 말.

류필계 당시 전파방송관리국장(LG유프러스 부사장)이 제가 공동단장으로 꼭 가야 한다고 해서 가게 됐습니다. 현지에서 양측의 신경전이 대단했습니다.”

이듬해인 2004128.

진대제 장관은 노 대통령에게 지상파TV디지털전환 쟁점 및 대책을 보고하면서 고정수신은 미국식으로, 이동수신은 DMB로 논란을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 문제는 정통부 주도로 최대한 이른 시일안에 논쟁을 해결하라고 지시했다.

진 장관은 마음을 열고 이해당사자들과 정책간담회, 개인면담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논쟁을 타결짓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지난(至難)한 일이었다.

진 장관은 130일 노성대 방송위원장, 정연주 KBS사장(현 노무현재단 사료편찬특별위원장), 신학림 언론노조위원(현 미디어오늘 사장)등으로 ‘4인 대표위원회를 구성하고 이를 실무적으로 논의할 ‘8인실무위원회를 구성키로 합의했다.

그해 2월 정통부 인사에서 방송관리국장에 신용섭 정보보호심의관(EBS사장), 방송위성과장에 라봉하 서기관(현 방송통신위원회 기획조정실장)이 임명됐다. 이재홍 과장은 부이사관으로 DTV전담팀장을 맡았다.

이후 양측은 7월까지 모두 31차례의 회의를 열어 해결책을 모색했다. 이동수신에 약한 미국식을 보완하기 위해 지상파 DMB를 도입키로 합의하면서 얽힌 문제가 하나 씩 풀렸다.

이 논쟁을 해결하는데 핵심역할을 한 정통부 측 인사는 실무위원인 이재홍 팀장이다. 그는 DMB를 처음 고안하고 DMB 작명까지 한 이 분야 전문가다. 그는 처음 DMB를 발표할 때도 정통부가 아닌 다른 기관 전문가가 발표하게 할 정도로 치밀했다. 그는 정부 부처 과장으로는 유일하게 MBC ‘100분 토론에 채널로 나가 미국식 선택의 당위를 논리적으로 설명했다.

이재홍 당시 팀장의 증언.

각종 세미나 등에 적극 참석해 미국식의 장점을 소개했습니다. 그러면서 상대와 신뢰관계를 구축해 문제를 해결하자는 나름의 원칙을 정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협상 상대인 석원혁 당시 방송노조 DTV비대위 정책실장(MBC디지털본부장)과 허심탄회하게 해결책을 모색해 돌파구를 찾았습니다. 역시 논리와 열린 마음으로 공감해야 문제가 풀리더군요.”

그해 78.

4년을 끌어온 정통부와 방송계간 디지털TV 전송방식 논쟁이 마침내 타결됐다. 진대제 장관, 노성대 위원장, 정연주 KBS 사장, 신학림 언론노조 위원장은 이날 아침 서울 마포 홀리데이인서울 호텔에서 모임을 갖고 고정식 DTV 전송방식을 미국방식인 `ATSC`로 하고 지상파 이동멀티미디어방송 방식으로는 지상파 DMB와 병행해 DVBH를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4년만에 갈등이 사라진 것이다.

그해 713.

노무현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진대제 장관에게 “ DTV전송방식 논쟁을 해결하느라 수고 많이 했다.”이번 일(사진은 2004년 2월4일 정통부 업무보고)은 인내심을 갖고 어려운 갈등과제를 잘 마무리한 모범 사례라고 극찬했다.

문민정부에서 도입한 DTV전송방식은 국민의 정부를 거쳐 참여정부에서 대화와 타협을 통해 논쟁에 종지부를 찍었다. 논쟁 해결의 중심에 열린 사람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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