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주택에 살다보니 자연과 자연스럽게 친해진다. 그제는 솔방울 가습기를 만들었다. 아내 아이디어다. 그렇다고 대단한 일은 아니다. 솔방울을 이용해 실내 가습기 역할을 하게 했을 뿐이다.
도시근교로 이사온 후 토목공사를 담당했던 사람이 다른 공사장에 어린 소나무가 10여 그루 있는데 '싸게 구입할 의향이 없느냐'고 넌지시 말을 건냈다. 텅 빈 마당에 조경을 할 게 없어 고심하던 터였다. '괜찮은 제안'이여서 소나무 10여그루를 싼 값에 구입했다.
1미터 미만인 소나무를 마당과 울타리 주변에 구덩이를 깊게 파고 심었다. 소나무에 막걸리가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막걸리도 몇 통 사다 소나무에 뿌렸다.
다행히 소나무를 탈없이 잘 자랐다. 겨울에 북풍이 불면 심을 소나무가 심하게 흔들렸다. 저러다 부러지지 않을까 걱정했다. 해가 지날수록 소나무는 덩치가 커지고 키도 자랐다. 이제 큰 소나무는 키가 3 미터에 달한다. 지난해부터 솔방울이 달렸다.
아내가 며칠 전 ‘솔방울을 한바구니 따 달라’고 했다. 용도를 물었다. ‘집안이 건조하니 송방울 가습기를 만들겠다’고 했다.
“솔방울로 무슨 가습기야” 되물었더니 두고 보란다.
며칠 미적대다 그제 마당에 나가서 솔방울으로 한 바구니 따 왔다. 아내는 솔방울을 수도물로 깨끗 씻고 한동안 물에 담갔다. 그랬더니 입을 벌리고 있던 솔방울이 마치 조개가 입을 다물듯 입을 닫았다. 물을 가득 머금은 것이다. 아내는 솔방을 꺼내 물기를 쑥 뺐다.
그 솔방울을 빈 그릇에 담아 거실 한 쪽에 놓았다. 집안에 솔향기가 은은히 풍겼다.
솔방울 변화를 지켜봤다. 3일정도 지나자 솔방울이 다시 입을 벌리기 시작했다. 머금고 있던 습기를 다 내품은 것이다. 이걸 다시 물에 담궈 물기를 머금게 했다. 물기를 머금으면 솔방울이 입을 닫았다. 솔방울을 그릇에 담아 다시 거실에 내놓았다.
솔방울 가습기는 장점이 많다. 우선 운치가 있다. 에어컨과 TV 등 첨단 문명의 기기 중간에 솔방을을 갖다 놓으니 색다르고 은은한 소나무 냄새가 좋다. 마치 솔밭을 걷는 기분이다. 또 무공해다. 소음도 없고 비용도 들지 않는다. 약간의 수고가 필요할 뿐이다.
자연에 등을 기대고 살다보니 생활에 자연을 이용할 게 하나 둘 늘어난다. 보기에 따라 별 것도 아닐 수 있지만 솔방울 가습기는 내게 새로운 삶의 발견이자 생활의 지혜고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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