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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왔다... 매화나무 비료주기

전원일기

by 문성 2019. 3. 2.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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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왔다. 기다리던 봄이다. 따스한 햇살과 볼을 간지럽히는 기분좋은 봄바람은 봄의 전령이다.

봄이 오면 만물이 약동한다. 경칩도 며칠 남지 않았다. 비록 하는 일이 어슬프지만 슬슬 농사일을 시작할 시기다. 남녁 홈매화가 활짝 피었다는 뉴스를 보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텃밭에 올라가 매화나무를 살펴봤다. 이곳으로 이사온 후 4년 전 심은 매화나무다. 10여 그루를 재래시장에 나가 한 그루에 3천원 씩 주고 사서 심었다.  

계절의 변화는 어김이 없다. 따스한 봄 햇살아래 매화 가지마다 몽골몽골 꽃망울이 맺혔다. 엄동설한을 견디고 고개를 내밀었다. 모습이 귀엽고 앙증맞다.  

매화는 엄동설한에 움을 틔운다고 했는데 사실이다. 엊그제까지 이 곳은 영하였다. 뒷산에서 부는 아침 바람은 아직도 차갑다. 그래도 한낮이면 포근하다.

매실을 수확하려면 매화 나무에 거름을 듬북 줘야 한단다. 지인들이 내게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말을 듣고 그동안 바쁘다는 핑게로 거름을 제대로 주지 않았다. 지난해 매실은 숫자를 셀만큼 수확했다. 주위에서 매실을 얼마나 수확했느냐고 물으면 농담삼아 “32 라고 했다. 그말을 들은 지인들은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어이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는 빈 농사를 한 것이다.

수확을 적게 한 원인을 분석해 보니 모든 게 내 잘못이다. 인간이나 자연이나 사는 이치는 같다. 베푼 만큼 받는다. 사람과의 관계는 반응이 금새 나타난다는 게 차이다. 표정이나 언행에서 나타나는 호불호를 보통 사람들은 감추지 못한다. 자신에게 함부로 대하는 사람에게 잘할 사람은 별로 없다.

자연은 인간과 대응이 다르다. 대놓고 인간에게 자기 감정을 전달할 수단이 없다. 설령  어떤  표현했다한들  인간들이 그걸 모른다. 매실나무가 감정표현을 한다면 그해 수확량으로 대응할 수 밖에 없다.

"당신이 거름을 충분히 주지 않았으니 열매를 이것밖에 맺지 못했다"

내가 숫자를 기억할 만큼 적게 매실을 수확한 것은 거름을 충분히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준게 없으니 받는 것도 적을 수 밖에 없다. 흔한 말로 자작자수(自作自受). 뿌린만큼 거두는 법이다.

올해는 아내와 5일장이 열리는 날 읍내에 있는 종묘상에 가서 비료를 구입했다. 종묘상 주인이 뉴XXX라는 비료를 추천했다. 거름대신 비료를 뿌려도 무방하다고 했다. 한 포에 2만원. 2포를 샀다. 종묘상 주인이 매실나무에서 50cm 떨어진 곳을 원으로 파고 비료를 뿌려 주라고 했다.

그의 말대로 집에 와서 매실나무 아래를 괭이로 둘아가면서 팠다. 땅 아래는 여전이 얼음이 얼어 있다. 나무 주위에 비료를 뿌렸다. 10여 그루에 땅을 파고 비료를 뿌리는데도 1시간 반 가량이 걸렸다. 아내도 텃밭에 올라와 2평 남짓한 곳에 취나물과 상추를 심었다. 올들어 처음 밭에 올라왔다.

이마에 땀이 솔골 송골 맺혔다. 겨우내 집안에서 숨쉬기 운동만 하다 모처럼 밭일을 했더니 숨이 가쁘다비료를 다 뿌리고 나니 마음이 가볍다. 한편으로는 뿌듯했다. 하면 하는구나. 안하면 못하는 거다.

문득 어릴적 시골에서 자랄 때 어른들이 하신 말씀이 생각났다.

일한 흔적은 남아도 논 흔적은 없다하면 일한 만큼 흔적이 남는다. 하지만 놀면 당시는 즐겁겠지만 남는 게 없다.

남녁의 봄소식은 나를 텃밭으로 부르는 신호탄이다넉넉한 마음으로 올해 텃밭 농사를 시작하자조건없이 베푸는 땅에 나도 도리를 다해야 한다. 상생은 사람만이 아니라 자연과도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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