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잿빛 산자락에 매화가 눈을 떴다.
약 보름 전 초보인 내가 매화나무 가지치기를 내 기준으로 하고 난 후 은근히 걱정을 했다.
제대로 가지치기를 했는지, 잘못했는지 조차 내가 가늠할 수 없어서다. 인터넷에 나온 내용을 기초로 해서 가지치기를 했건만 선무당 굿한 모양새였다. 매화 입장에서 보면 인간이 제 멋대로 생가지를 잘라버린 셈이다.
결과는 모 아니면 도 둘 중 하나라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맺혔던 꽃망울도 눈을 감아버리지 않을 까 하는 생각을 했다.
모처럼 바람이 자고 날씨가 포근하기에 어제 오후 가지치기한 매실나무를 살펴 봤다.
혹시 꽃이 피지 않았을 까하는 기대감 때문이다.
이게 웬일인가. 찬 바람에 머물다 사라진 텃밭 매화 그루에서 꽃망울이 눈을 떠기 시작한 것이다. 다물고 있던 꽃망울이 속을 드러내니 하얗 꽃에 붉은 받침을 한 매화가 방실방실 웃고 있다. 마치 붉은 접시위에 하얀 나비가 앉아 나풀거리는 듯 하다.
비록 일부만 핀 매회지만 반가웠다. 꽃 날개짓을 시작한 매화를 보는 마음은 그립던 벗을 만난 듯 즐겁다. 꽃도 벗처럼 기다려야 환하게 웃으며 피나보다.
이 곳에 더딘 걸음이지만 봄 손님이 왔다. 가지치기한 매화가 꽃을 피웠으니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은 아니다. 약동하고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내 앞에 왔다. 가슴이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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