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봄날은 간다... 지는 봄꽃

전원일기

by 문성 2019. 6. 2. 12:13

본문

봄날이 간다. 흐르는 물처럼. 부는 바람처럼. 동서남북 사방에서 꽃이 밝게 웃다가 하나 둘 시든다. 봄날 따라 꽃들이 떠난다.

오는 봄날은 늘 활기넘치고 아름답다. 가는 봄날 뒷모습은 아쉽고 쓸쓸하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다. 옛 어른들의 말씀이 진리다.

이 세상에 찡그리고 어두운 표정으로 핀 꽃이 어디 있으랴. 피는 꽃은 모두 귀엽고 곱고 아름답다. 크고 작건 자기 만의 독톡한 향기를 내뿜기 때문이다.

5월 들어 집 주위에 이름 모를 꽃이 많이 피었다. 꽃마다 개성이 있고 특징이 있다. 같은 노란색 꽃이라도 느낌이 다르다.

도시 아파트에 살 때는 꽃과 만날 일이 거의 없었다.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하다보니 계절도 변화도 체감하지 못했다. 몇 해전 서울근교 산 아래 마을로 이사와 살면서 자연과 친해졌다. 절기 따라 변하는 자연이 우리 인생사나 다를 게 없었다. 봄이면 집 주위에 피는 꽃들과 눈맞춤을 하는 시간이 늘었다. 돌나물 꽃(사진.위)도 이곳에서 처음 대면했다.

마당과 텃밭 주변에 피는 다양한 봄꽃 이름이 궁금해 서점에서 식물도감을 구입했다. 궁금증을 해소하는데 별 도움을 주지 못했다. 내가 아는 꽃은 제비꽃과 민들레, 찔레꽃 정도다.

봄꽃을 보면서 무언(無言)의 교훈을 얻는다. 봄이 오면 흙속에서 싹이 돋고 꽃을 피우고 그러다가 다시 흙속으로 돌아간다. 흙에서 났다가 흙으로 돌아간다. .. 전 흙이다.

봄꽃이 내게 주는 교훈은 평상심과 치열함, 해탈(解脫)이다. 꽃은 시비 분별심을 갖고 살지 않는다. 자기보다 키가 크거나 또는 다른 꽃이 더 아름답다고, 그 꽃을 시샘하지도 비방하지 않는다. 자기 만의 독특한 색상을 자랑하면서 사이좋게 지낸다. 주어진 환경에 만족하면서 절기에 따라 순리대로 산다. 서 있는 자리가 응달이건 언덕이건 관계없다. 햇빛이 나면 햇빛을 쬐고 바람이 불면 흔들리고 비가 오면 비를 맞는다.

못된 인간처럼 더 좋은 자리를 탐하고, 더 가지기 위해 남을 비방하지 않는다. 그저 그 자리에서 평상심으로 자신을 드러낼 뿐이다.

꽃들은 아스팔트나 바위틈을 뚫고도 꽃을 피운다. 그 강인함과 치열함은 경이롭다. 그렇게 치열하게 살다가 수명이 다하면 꽃잎을 미련없이 자신을 바닥에 버린다. 갈 때를 아는 꽃들의 지혜가 놀랍다. 멀쩡한 이들도 물러 날때를 놓쳐 자신의 이름에 먹칠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이 세상이다.

지는 봄꽃을 보면서 나를 되돌아 본다. 나는 저 꽃들처럼 치열하게 살았는가. 이 세상과 이별할 때 미련없이 훌훌털고 한 줄기 솔바람처럼 향기롭게 떠날 수 있는가. 봄꽃이 하나 둘 지고 있다. 물처럼, 바람처럼 봄날이 지나간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그러기에 오늘, 이자리에서 저 봄꽃처럼 곱지만 치열하게 살아야 한다.

'전원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목단꽃이 지는 아침  (2) 2019.06.11
오늘은 단오...창포물 머리 감고 그네뛰기와 씨름  (2) 2019.06.07
오늘 입하... 여름 시작  (0) 2019.05.06
봄날 단상  (0) 2019.04.16
봄날 아내와 감자 심기  (2) 2019.04.15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