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목단꽃이 지는 아침

전원일기

by 문성 2019. 6. 11. 15:24

본문

 

 

마당에 딩구는 목단 꽃잎을 본다.  피는 꽃은 아름답다. 하지만 지는 꽃을 보면 서글프고 외롭다. 문득 조지훈 선생의 시 낙화가 생각난다.

 

꽃이 지기로소니 바람을 탓하랴/ ...중략.../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

 

그렇다. 꽃잎이 떨어진다고 누굴 탓하랴. 그저 아쉬울 뿐이다.

 

2년 전 아내와 장현 시장에 가서 목단을 구입했다. 한 그루는 대문 옆에, 다른 한 그루는 마당 모퉁이에 심었다.

 

 

지난해는 두 그루 모두 꽃이 피지 않았다. 나무 옆에서 새 줄기가 나오는 듯 하다가 시들고 말았다. 목단을 판 상인이 나를 속인게 아닌가하는 의심조차 했다.

 

목단의 꽃말은 부귀영화다. 그래서 부귀화라고도 불렸다고 한다. 당나라에서는 궁궐에서만 재배하던 귀한 꽃이었다. 당시 모란 한 포기 가격이 비단 25필 값이었다는 기록도 있다고 전한다. 그만큼 귀한 꽃이었다는 의미다.

 

 

지난해 꽃이 피지 않기에 올해는 싹 조차 돋지 않으려나 생각했다. 그래도 미련을 못버리고 수시로 목단에 물을 줬다. 그랬더니 어느 날 두 그루 중 마당 모퉁이에 심은 목단에서 새 줄기가 고개를 쏘옥 내 밀었다. 기대감을 갖고 거름도 주고 비가 안오면 물을 저녁마다 줬다. 그 덕분인지 목단 잎이 자라더니 5월 중순들어 꽃망울을 하나 둘 터뜨리기 시작했다. 반갑고 신기했다.

 

처음 핀 목단 꽃망울은 붉은 색이었다. 줄기도 7개나 뻗었다. 한 줄기에 꽃이 하나씩 달렸다. 며칠 지나자 우아한 자태의 탐스런 분홍색 꽃이 활짝 웃는 게 아닌가화려하지 않지만 품위가 넘쳤다.

 

올해는 내가 사는 곳에 유독 바람이 많이 불었다. 바람이 불면 줄기 끝에 달린 목단 고개가 꺾여지지 않을 까 걱정했다. 기우였다. 목단은 걱정말라는 듯 잘 버티며 고운 자태를 내게 자랑했다. 세월을 이기는 장사가 없다. 아름답던 분홍색 목단 꽃잎이 떨어졌다.

 

 

그 뒤를 이어 대문 옆 목단 꽃이 피었다시차가 있는 게 내게는 좋다. 목단꽃을 오래 볼 수 있어서다. 뒤에 핀 목단은 붉은 색이다 줄기는 2개다. 한 줄기에 한송이 씩 두 송이가 피었다.

 

6월들어 아름답던 목단 꽃들이 하나 둘 떨어졌다아름다운 꽃은 추억에 머물고 푸른 목단 잎만 무성하다. 생성과 소멸의 과정은 사람이나 식물이나 같다. 당연한 일이지만 그래도 서운하다. 누구나 아름다운 꽃을 좋아한다. 그러나 꽃처럼 아름답게 살지 못하는 이가 많다. 꽃처럼 아름답게 살아야 한다. 

 

 

목단 꽃잎만 지는 게 아니다. 내 삶도 낙화처럼 시들고 있다. 가는 세월을 누가 잡으랴시인은 그래서 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고 한 건 아닐까.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