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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 봉영사 풍경소리

사찰기행

by 문성 2019. 7. 5.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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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오후, 봉영사 대웅전에는 부처님만 홀로 참선 중이었다.

 

"목어를 두두리다 졸음에 겨워 / 잠이 든 고오운 상좌아이도 잠이 들었다"(조지훈 선생의 시 고사1(古寺1).  하지만  잠이 든  상좌 아이는 없었다. 그저 적막감만 감돌았다.

 

오직 걸림없이 허공을 오가는 솔바람이 대웅전 처마 끝에 달린 풍경을 두드리며 고요를 깨고 있었다. 땡그랑, 땡그랑티없이 맑고 청아한 소리가 내 마음의 티끌을 말끔히 쓸고 지나갔다.

 

남양주시 진접에 있는 봉영사에 다녀왔다. 봉영사에 가면 부처님을 참배하고 약수도 떠온다.봉영사는 천견산 줄기에 터를 잡았다. 좌우를 산자락이 감싼 곳에 사찰이 자리잡고 있다.

 

 

봉영사는 봉선사 말사다. 기록에는 599(신라 진평왕 21)에 창건하고 봉인암(奉仁庵)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봉영사 들어가는 입구에 순강원이 있다. 순강원은 조선 제14대 임금인 선조의 후궁인 인빈 김씨(1555~1613)의 산소다. 김씨는 인조의 아버지 원종(추존)을 낳았으며 광해군 5(1613) 59세로 승하했다.

 

영조 31년 묘역을 순강원으로 꾸미면서 이 절을 인빈 김씨와 아들 신성군의 명복을 기원하는 원찰로 삼았다고 한다. 이 때 궁에서 절에 토지 10결을 내려 설날과 추석 등 명절에 제사를 지내게 했다.

 

순강원 공사가 끝나자 영조는 순강원에 나가 친히 제사를 지냈고 그 뒤 수차에 이곳을 다녀갔다. 이 묘를 보호하기 위하여 종9품의 수봉관(守奉官) 2먕을 두고 관리하게 했다고 한다. 임금이 수차례 다녀갈 정도면 당시는 사찰 위세가 대단했을 게다. 지금은 그런 흔적을 찾이 볼 수 없다.

 

봉영사는 대웅전이 무량수전을 가운데 주고 좌우로 관음전과 지장전, 그리고 산신각 등이 자라집고 있다. 사찰 들어가는 입구가 좁아 자동차가 다니기 불편하다.

 

 

봉영사 입구 약수(사진)는 인근에 물이 좋기로 소문났다. 사철 맑은 물이 마르지 않아 이곳으로 약수를 받으러 오는 이들이 많다. 서울 잠실에서 이곳까지 온 사람도 있다. 물맛이 좋아 일주일에 한 번 씩 이곳까지 약수를 받으러 온다고 했다. 남양주시청에서 하는 수질검사 결과도 사람이 마시느데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한다. 사람이 많을 때는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려야 한다.

 

약수를 받아서 차를 우려 먹으면 맛이 아주 좋다. 수돗물에서는 소독약 냄새가 나는데 약수는 그런 냄새가 없다. 나는 10여일에 한 번씩 봉녕사에 가서 약수를 받아온다.

 

봉영사는 언제나 조용하다. 그런만큼 그곳에 가면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그곳에 가면 나를 만난다.

 

 

고사1 / 조지훈

 

 

 

 

 

목어를 두드리다

졸음에 겨워

 

고오운 상좌아이도

잠이 들었다

 

부처님은 말이 없이

웃으시는데

 

서역 만리길

 

눈부실 노을아래

모란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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