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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부-그시작과 끝<4>

[특별기획] 대통령과 정보통신부

by 문성 2010. 5. 27.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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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 광화문 정부종합청사내 국무회의실.

청와대 고위당정 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국무위원들은 갑작스런 회의소집에 하나같이 굳고 긴장한 얼굴로 회의장에 속속 도착했다.



이 총리는 국무위원들이 정해진 자리에 앉자 회의장을 빙 둘러보며 무거운 표정으로 말문을 열었다.

“오늘 청와대 고위 당정 회의에서 정부 조직을 대폭 개편하기로 하였습니다”

순간 장관들의 얼굴이 석고처럼 하얗게 굳었다.



이 총리의 모두 발언이 끝나자 황영하 총무처 장관이 10여 분간 조직개편의 추진 경위와 내용을 국무위원들에게 설명했다. 황 장관은 참석자들에게 역시 유인물을 나눠 주었다.

유인물이 모자라 한 부를 가지고 두 사람이 나눠 보는 경우도 있었다. 추가 유인물을 준비하지 못할 정도로 급박하게 움직였던 것이다.


참석자들의 눈과 귀는 황 장관의 입으로 쏠렸다.

“경제기획원과 재무부를 통합해 재정경제원을 신설하고 건설부와 교통부를 건설교통부로 통합합니다. 체신부를 정보통신부로 확대 개편합니다. 중앙행정기관은 39개에서 37개로 줄어 듭니다. ”



청와대에서 밝힌 내용을 다시 설명했다.

“ 이렇게 대폭일 수가...”

정부의 개편안에 부처 장관들의 반응과 표정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통합하는 부처의 경우 망연자실한 표정이 역력했다. 당혹과 허탈, 안도와 기쁨, 그야말로 부처에 따라 희비가 교차하는 분위기였다.



황 장관의 설명이 끝나자 일부 국무위원은 “이런 엄청난 조직 개편이라면 사전에 귀뜸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항의성 발언도 했다.

특히 통폐합하는 부처 장관들은 “통합하는 부처 직원들의 신분은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다. 공직사회의 동요를 막고 줄어드는 인력에 대한 처리문제가 장관들에게는 발등의 불이었다.



국무회의 분위기애 대한 황 장관의 기억.

“개편안의 내용을 모르는 장관들은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지요. 조직을 축소하고 인력도 감축해야 했으니까요. 그게 어디 보통일입니까.”

장관들이 허를 찔린듯 깜짝 놀란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정부 조직개편설로 공직 사회가 동요하자 김 대통령은 두 달전 쯤인 10월 6일 경향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정부 조직개편은 부분적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황인성 국무총리도 이를 받아 예산 국회에서 “기구개편은 통.폐합이 아니라 기능적 부분적 개편에 한정하겠다”고 답변했다.

이에 따라 통합설에 신경을 곤두 세우던 경제 부처들은 내심 “이제 조직개편은 물 건너 간 것”이라며 한 숨 돌린 상태였다.

 


긴급 국무회의는 30분만에 끝났다. 이 시간에 맞춰 청와대는 기자실에서 정부조직개편안을 공식 발표했다. 주돈식 청와대 대변인은 조직개변의 배경에 대해 “현재의 정부조직은 효율적이지 못해 김대통령이 구상하는 세계회에 맞게 전면 개편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직개편안이 공식 발표되자 각 부처는 벌집을 쑤셔 놓은 듯 발칵 뒤집혔다.

다만 정보통신부로 확대 개편한 체신부는 예외였다. 오랜 기간 벼르던 숙원이 이루어졌으니 그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이 더 컸다.



그동안 정보통신분야를 놓고 상공부와 과기처, 공보처 등과 서로 다투던 체신부는 "드디어 꿈을 이뤘다“는 환호가 터져 나왔고 직원들은 악수를 나누며 축하했다.

윤동윤 장관과 경상현 차관, 이계철 기획관리실장, 박성득 정보통신정책 실장 등 정보통신부 발족을 위해 청와대와 국회 등을 뛰어다닌 간부들은 말할 것도 없고 모든 공무원이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정보통신부 출범은 어느 날 갑자기 이루어진 일이 아니었다. 80년대 중반부터 미래를 내다보며 노력한 결과가 문민정부 들어 결실을 보게 된 것이다.

정부의 조직개편으로 정보통신부는 상공부와 과기처 등에서 정보통신산업 기능을 흡수하고 공보처에서 방송업무를 넘겨 받기로 했다. 조직의 신설과 확대 등으로 부처 위상도 14위에서 9위로 올라갔다.



정보통신부 출범의 산파역인 윤동윤 전 체신부장관의 회고.

“당시 체신부가 정보통신부로 바뀐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습니다. 김영삼 대통령이 대선 후보시절 제시한 공약이 ‘정보통신부 출범’이었습니다. 조직개편안을 만든 행정쇄신위원회나 청와대에서도 정보통신부 출범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어요. 그것은 시대변화의 요구였습니다.”



체신부로서는 멀고 험한 고달픈 여정에 종지부를 찍는 날이었다. 체신부는 정보통신 강국을 향한 부푼 기대로 온종일 축제 분위기에 휩싸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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