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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의 이유있는 추락

이현덕 칼럼

by 문성 2009. 9. 21.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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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여정부 시절인 2003년말. 

 당시 진대제 정보통신부은 변재일 차관(현 민주당 국회의원)에게 CEO미션을 주었다.


 이 제도는 기업처럼 CEO에게 책임량을 할당해 이를 달성토록 한 것으로 당시 관료사회에서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진 장관은 이에 더해 자신들이 해야 할 업무를 정리해 작은 수첩만한 크기의 종이에 기록한 후 이를 비닐코딩으로 만들어 직원들이 항상 가지고 다니도록 했다. 공직사회에서 보면 '별난 장관'이고 '튀는 장관'이었다.
 
오죽했으면 공직사회에 변화와 혁신의 바람을 쉴새 없이 불어 넣는 진 장관에게 노무현 대통령조차  “진 장관 이제 공무원들 그만 못 살게 하시오“라고 웃으며 말했다.

 

변 차관에 대한 미션은 그 당시 IMD(국제경영개발원) 등에서 발표하는 한국정보화 관련 지수 순위를 세계 10위 안에 집입시키라는 것이었다. ITU(국제전기통신연합)나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등에서도 국가경쟁력을 비교하는 순위를 발표했다. 이 가운데 정보통신에서 한국의 경쟁력이 들죽날죽했다. 1위 항목도 있는가하면 일부는 극히 순위가 낮았다.


변 차관이 직접 나서 내용을 파악해 본 결과 최신 자료를 평가기관에 제대로 보내 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최근 자료라는 것이 3년전 자료를 보낸 것도 있었다.

 

변 차관은 아랫 사람을 시킨 것이 아니라 자신이  통계청을 비롯해 OECD 등에 달려가 애를 쓴 결과 거의 모든 항목에서 10위안에 들었다고 한다.  


이후 한국은 국제 사회에서 '정보통신 강국'이라는 찬사를 들으며 이 분야에서는 ‘내로라’하며 승승장구했다.

 

그렇게 잘 나가던 IT의 경쟁력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급격히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영국 이코노미스트 계열사 경제력 분석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니트(EIU)'에서 분석한 것이어서 별게 아니라고 치부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한국 성장의 상징이었던 IT 경쟁력이 매년 추락하고 있고, 그런데도 어느 부처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 이 추락을 막겠다는 부처가 없으니 안타깝다.  

 설령, 그렇게 하고 싶어도 업무가 분산돼 총대를 맬 부처가 불분명하다. 업무 분담이 명확해야 책임지고  어떤 일을 추진할텐데 지금은 부처간 책임의 경계가 모호하다.


 한국의 IT 경쟁력은 2007년 3위였다가 지난해 8위로 5단계나 떨어졌다. 올해는 16위로 8단계 더 추락했다.
이로 인해 한국은 싱가포르, 노르웨이, 아일랜드, 일본, 이스라엘, 스위스 등에게 모두 추월을 당했다.

 이런 현상은 어떻게 보면 IT정책 분산에 따른 필연적 결과다. IT산업에 대한 관심이 식어 `IT 홀대론`이 제기된 것도 다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 정보통신부가 해체되고 그 기능은 방송통신위원회, 지식경제부, 문화체육관광부, 행정안전부 등으로 분산됐다. IT정책에 대한 총괄기능과  구심점이 사라진 것이다.  더욱이 IT산업의 주무부처도 분명하지 않다. 당장 IT관련 업무가 흩어져 한 부서가 이를 통합하거나 조정할 수 없다. 더욱이 방통위는 합의제 처리기구다.


 정부가 IT홀대론을 잠재우기 위해 대통령IT특보를 신설했지만 여전히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추락하는 IT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주무가 어디인지조차 명확하지 않은 게 우리 현실이다.
 IT추락을 막을 제도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IT의 수직 추락에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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