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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부-그 시작과 끝<8>

[특별기획] 대통령과 정보통신부

by 문성 2010. 6. 9.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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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처로부터 프로그램심의조정위원회(전 컴퓨터프로그램보호위원회. 현 한국저작권위원회)도 넘겨 받았다.
과기처에서는 이 위원회를 넘겨 주지 않으려 막판까지 버티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산업 업무를 정보통신부가 담당하면서 컴퓨터 프로그램 저작권과 심의, 분쟁을 조정하는 위원회는 당연히 이관받아야 당위론에 과기처는 두 손들고 말았다. 민간조직이지만 퇴직 고위직이 위원장으로 가는 자리였기에 부처 간 다툼이 치열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 조직개편에 대해 공무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조직도 동요하기 시작했다. 공직사회가 통폐합을 통해 일종의 구조조정을 해야 하니 조직 동요가 없을 수 없었다. 일부 행정업무가 마비되다시피 했다.

김 대통령은 이런 사태를 우려해 3일 고위당정회의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조직개편의 취지를 공직자들에게 설명을 잘 하라고 각별히 당부한 바 있었다.



정부는 12월 6일 원진식 총무처 차관주재로 조직개편에 포함된 18개 부처 기획관리실장회의를 열고 각 부처 직제령 개정방안에 대한 지침을 시달했다. 내부 혼란을 수습하는 것이 시급했다. 정부는 7일 직무 단속에 나서는 한편 전 부처에 복무 지침을 다시 내려 보냈다. 직원들과 대화를 통해 조직개편의 불가피성을 설명하고 미결 업무와 물품 등 업무 인계인수를 철저히 하며 민원인이 행정 불편을 겪지 않도록 하라는 내용이었다.



이영덕 국무총리도 경제기획원과 재무부, 건설부와 교통부 등 통합부처를 20여분씩 차례로 방문해 진무작업을 벌였다.

황영하 전 장관의 회고.

“힘센 경제부처의 반발이 대단했습니다. 경제부처 차관보로 있던 L씨가 제 방으로 찾아 왔더군요. 조직을 이렇게 만들면 ‘일을 못한다’고 해요. 그래서 내가 ‘그런 일은 민간에게 넘겨 주고 공무원은 다른 일하라고 부처를 통합한 것’이라고 말해 주었지요. 그 후 그는 승승장구해 장관과 도지사를 거쳐서 부총리까지 지냈어요“



야당인 민주당은 먼산 보듯 정부조직개편안 처리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일분 일초가 급한 정부나 여당과는 달리 느긋한 행보였다.

민주당은 12월 8일 “심도있는 논의를 위해서 이번 정기국회내 통과는 불가능하다. 내년 1월 임시국회를 열어 처리하자”고 오히려 한발 뒤로 빼는 모습을 보였다.



속이 탄 것은 정부와 여당이었다. 청와대와 정부는 하루라도 빨리 처리해 달라고 당에 거듭 요구했다.

정기국회가 폐회하자 민자당은 12울 19일 5일간의 임시국회를 다시 열었다. 황영하 총무처 장관이 개정안 통과를 위해 여야를 가리지 않고 국회로 밤낮없이 뛰어다녔다. 야간 국회에도 참석해 조직개편안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했다.


황 전 장관의 말.

“국회에 불러가 꽤 시달렸습니다. 경제부처만 조직개편을 하고 비경제부처는 왜 손을 안대느냐고 따지는 바람에 애를 먹었습니다. 특히 야당인 민주당 채영석의원(작고)이 깐깐하게 내용을 따지고 개편의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도 14대 국회에서 행정경제위원회 소속이었습니다.”



국회와 민자당에 정보통신부 입장을 설명하러 뛰어 다녔던 경 차관의 회고.

“야당인 민주당도 체신부를 정보통신부로 확대개편하는데는 별 이견이 없었습니다. 적극성을 보이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반대도 하지 않았습니다.”

국회 일각에서 개편작업을 소수가 극비리에 추진해 광범위한 의견 수렴이 부족하지 않겠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행정경제위원회는 이런 지적에 따라 12월 20일 국회에서 조직법공청회를 열어 각계의 의견을 수렴했다. 당시 위원장은 민주당 김덕규 의원이었다. 그는 5선으로 17대 후반기 국회부의장을 지냈다. 여야가 재협상을 벌었으나 쉽게 타결점을 찾지 못했다.



협상이 제자리 걸음을 하자 보다 못한 황낙주 국회의장이 팔을 걷어 붙이고 직접 나섰다. 그는 21일과 22일 이틀 연속 의장실에서 여야 총무회담을 열고 합의를 종용했다.

“국회가 뭐하는 겁니까. 나라가 잘 되도록 국회가 뒷받침을 해야 할 것 아닙니까.”

이한동 민자당 총무와 신기하 민주당 총무는 임시국회 마지막인 23일 오전 10시 본회의를 열어 정부조직법개정안을 표결처리 하기로 합의했다.



23일 오전 10시. 본회의장.

홍낙주 국회의장을 본회의 개회를 선언한 후 정부가 제출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한 찬반토론을 했다. 그리고 곧장 표결에 들어갔다. 개정안은 재석의원 2백59명중 찬성 1백71표, 반대 79표, 기권 9표로 통과됐다. 국회는 서둘러 정부조직개편안을 정부로 보냈다.



김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이홍구 국무총리와 황영하 총무처 장관, 이한동 민자당 원내총무 이세기 정책위의장. 청와대 박관용 비서실장. 이의근 행정 수석 등 10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국회를 통과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한글로 ‘김영삼’이라고 서명했다.


정부가 조직개편안을 발표한지 20일 만이었다. 정보통신부는 이날부터 ‘IT강국’을 향한 날개짓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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