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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부-그 시작과 끝<10>

[특별기획] 대통령과 정보통신부

by 문성 2010. 6. 16.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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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93년 4월로 되돌려 보자.

 

4월 22일 오후.

 

황영하 총무처 장관은 이날 오후 김 대통령에게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해 최종 재가를 받기로 했다. 청와대 비서실에 면담 신청을 해놓고 시간 되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황 장관의 회고.

 

“청와대에 갈 준비를 하고 있는데 느닷없이 일이 터진 것입니다. 4시가 조금 지나 이회창 총리가 사표를 낸 것입니다. 국무총리가 사표를 냈는데 정부조직을 어떻게 개편합니까. 그 후 7월에 김일성 주석의 사망 등 현안이 발생한데다 각 부처의 반발 등으로 모든 게 정지됐습니다”

 

김 대통령이나 이 총리는 둘 다 강한 성격의 소유자다.  이 총리는 대법관과 중앙선거관리위원장, 감사원장을 거쳐 93년 12월 국무총리로 발탁됐다. 그는 감사원장 시절 이른바 성역으로 통하던 청와대 비서실과 국방사업 등에 대한 감사를 해 성역을 허물었다. 그로 인해 ‘대쪽’이란 별명이 붙었다. 그가 총리 권한을 놓고 김대통령과 충돌한 것이다.
그는 ‘법적 권한도 행사하지 못하는 허수아비 총리는 안한다’며 127일 만에 사표를 냈다. 다른 소식통은김 대통령이 이 총리를 경질했다고 한다. 그 날 두 사람은 고성을 주고 받았으며 집무실 밖에까지 소리가 새어 나왔다고 한다.

 

아무튼 정국이 소용돌이 치면서 정부조직개편안은 사실상 방기되다시피했다. 이 무렵 김대통령도 정부조직개편에 따른 심적부담이 컸다.

 

김대통령은 2001년 펴낸 자신의 ‘회고록’에서 이 대목을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정부조직에 대해 나는 취임초부터 대폭 수술을 생각해 왔다. 취임직후인 1993년 4월 문화부와 체육청소년부를 통합해 문화체육부로, 상공부와 동력자원부를 통합해 상공자원부로 개편했다. 이 때만해도 반발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심지어는 노태우 전대통령까지 나서서 체육청소년부를 문화부와 통합하는데 반대했다. 자신이 체육부장관을 했었다는 이유로 공무원들이 기득권의 기득권 옹호에 가담했다”

 

박관용 비서 실장의 말.

 

“1.2차 조직개편 때 고생을 무척 했습니다. 로비나 압력으로 인해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각부처마다 생존 논리를 개발해 설파하고 공직사회의 동요도 상당했어요”

 

이 무렵 박실장은 김 대통령에게 대폭 개편을 건의했다.

 

“ 이제는 종합적이고 혁명적인 정부 조직개편을 단행해야 합니다.”

 

김 대통령이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며 말했다.

 

“아이구, 이제 정부조직개편은 이제 그만 해야 겠어요."
 
"각하, 왜 이러십니까?"

"이것 때문에 다른 일을 하나도 못하겠어”

박실장은 말문을 닫았다. 

가장 속이 탄 것은 대통령 자문기구로 발족한 행정쇄신위원회였다. 위원회에서 이미 정부 조직개편안을 만들어 놨는데 감 대통령의 입장이 저리니 행정쇄신위원회인들 속수무책이었다. 게다가 고위공직자의 복지부동과 조직개편 반대여론도 적지 않았다.

 

박 실장은 행정쇄신위워회로부터 개편안을 넘겨 받았다. 그리고 어떻게든 대통령을 설득해야 겠다고 다짐했다.

 

“60-70년대 개발론시대의 정부조직은 개방화와 세계화 시대에 맞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박실장은 자신이 주도해 개편안을 만들기로 마음먹고 극비리에 비서실장 직속으로 실무팀을 만들었다.

 

박 실장의 계속되는 회고.

 

“당시 비서실장 보좌관(기획조정비서관)으로 김광림 국장(재경부차관 역임. 현 한나라당 국회의원)을 데려 왔어요. 그는 행정력과 기획력이 뛰어났어요. 김 비서관한테 정부조직개편안 작업에 필요한 최소한의 인력을 차출하라고 지시했어요”

 

이렇게 해서 구성된 팀이 김 비서관을 중심으로 김종민 청와대 행정비서관(문화체육부차관.한국관광공사 사장.문화체육부장관 역임)과 김정국 경제비서관(재경경제원 1차관보역임, 보고경제연구원 회장), 김동연 비서관(현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등이었다.

 

여기에 이의근 행정수석(경북지사 3선. 새마을운동중앙본부회장 역임. 작고)과 한이헌 경제수석(국회의원. 기술보증기금이사장 역임. 현 한국디지털미디어고교 교장) 등이 이 작업에 관여했다.

 

박 실장은 이런 사실이 외부에 알려질 경우 정치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불러 올것으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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