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연리지의 육신설법

암자일기

by 문성 2010. 6. 28. 12:34

본문

 “ 하늘에 올라가서 비익조가 되고 떨어져선 연리지가 되어 세세생생에 부부가 되어지라고…”

월탄 박종화 선생의 역사소설 ‘다정불심’에 나오는 말이다.
길상암 요사채 바로 앞에는 연리지가 우람하게 서 있다.
연리지는 부부애나 남녀간의 사랑을 상징하는 소나무다.


 

 

모습도 희안하다. 서로 다른 가지가 맞붙어 한 몸이 된 나무다.

마치 남남인 남녀가 부부로 만난 것을 상징하는 모습이다.



처음에는  이 나무를 발견하지 못했다.

당시는 몸이 아프다보니 세상 모든 일이 귀찮았다.

그러다가 어느날 우연히 연리지를 발견했다. 역시 마음에 여유가 있어야 사물이 그대로 보이는 법이다.



연리지에 관해서는 이런 고사가 전해온다.

후한말 대학자 채옹은 효심이 극진했다. 그의 모친이 죽자 뜰에 나무가 자랐는데 바로 연리지였다는 것이다.


중국 전설에 따르면 남쪽 하늘에 사는 비익조는 눈과 날개가 한쪽에 있어 암수가 합치지 않으면 날 수 없었다. 중국 동쪽 바다에 사는 비목어도 눈이 하나여서 암수가 짝을 이루어야 헤엄칠 수 있었다.



처음 연리지와 비익조를 연인의 상징으로 노래한 사람은 당나라 시인 백낙천이다.

그는 당 태종과 양귀비의 사랑을 보고 ‘장한가’라는 시를 지었다.

 

칠월 칠일 장생전에서 만나

깊은 밤 사람들 모르게 한 맹세

하늘에서는 비익조가 되기를 원하고

땅에서는 연리가 되기를 원하네

높은 하늘 넓은 땅 다할 때 있는데

이 한 끝없이 계속되네

 

이 후 ‘살아서 같이 살고, 죽어서도 같이 살자’는 말이 생겼다고 한다.



연리지를 보니 아내한테 미안했다.

“소나무도 저렇게 살고자 하는데 나는 그동안 아내한테 한 일이 뭐가 있는가”


연리지는 번뇌망상속에 사는 인간들에게 육신 설법을 하고 있었다.


말이 아닌 현상을 통해 사람들에게 사랑과 자비, 화합을 강조했다. 연리지는 말 많은 인간들보다 묵언 수행을 통해 훈계를 하고 있었다.


'암자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암자에서 사는 아이  (0) 2010.07.03
암자일기-인연  (0) 2010.06.30
암자일기-샤워실  (0) 2010.06.25
암자일기-진묵대사11  (0) 2010.02.28
암자일기-진묵대사10  (0) 2010.02.27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