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암자에서 사는 아이

암자일기

by 문성 2010. 7. 3. 18:50

본문




나무와 바위로 둘러싸인 육지의 섬 해인사 김상암에 한 박박머리 아이가 살고 있다.
 
이름은 문수다.

 


3살 때 이곳에 와서 8년 째다. 올해 나이 12살.  

 

그의 어머니가 문수를 이 곳에 맡겼다고 한다 .  절집 아이다.  문수는 두 눈이 초롱초롱하고 얼굴은 계란형으로 곱상하게 생겼다.  말을 약간씩 더듬지만 하는 짓은 애늙은이 같다.  

 

 

절 일이라는 게 변화가 별로 없다. 날마다 좋은 날이고, 반복되는 일상이다. 화젯거리나 웃을 일이 거의 없다.

 

그런 길상암의 웃음제조기가  문수다. 문수는 절에서 살다보니 조기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었다. 국민 학교 1학년때 받아 쓰기도 서툴렀다. 제 이름도 마치 지렁이가 기어가듯 썼다.

한 번은 ‘반에서 몇 등이냐’ 물었더니 “3등이요”라고 했다.

“공부를 잘하는 구나. 너희 반 학생은 모두 몇 명이냐”

“모두 4명인데요”

조용하던 절에 느닷없이 웃음보다 터졌다. 꼴찌에서 두 번 째였다.

 

 

광해 주지 스님은 문수가 출가하길 바란다. 그렇게 되면 동진출가다. 요즘은 동진출가한 스님이 극히 드물다. 스님의 희망이다.  하지만 스님은 그걸 강요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중이 되는 것도 억지로 되는 게 아니다. 인연이 있어야 한다. 


문수는 손님 접대법이 독특하다. 오는 사람은 반기지만 갈 때는 고개도 내밀지않는 녀석이다. 이거야 말로 절의 접대법이다.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잡지 않는 식이다. 어찌보면 이해를 할 수 있다.  절이란 게 오가는 사람은 많지만 정을 나눌 기회는 극히 드물다.  며칠이란도 절에 있으면 문수와 친해 지기 마련이다. 정이 든 사람이 떠나는 것을 보면 슬픔이 안개처럼 밀려 올터이다. 그래서 아예 얼굴을 안 내미는 지 모른다.



산중에 살면서도 무서움을 모른다. 아마 어릴적 부터 산속에서 살아서일게다. 스님과 절 식구들이 밖에 나가 밤늦도로 오지 않으면 혼자 절에 불을 커놓고 기다린다.

어른도 캄캄한 밤에 산속 암자에 혼자 있으면 무서운 법인데 문수는 아무렇지도 않다고 한다.

 

 

문수의 학교 생활도 순탄치 않았다. 머리를 깍아 동자승처럼 하고 학교에 나가자 아이들이 ‘빡빡머리, 스님’ 하고 놀려댔다. 나중에는 ‘학교에 가기 싫다’ 버티었다. 아무리 타일러도 학교에 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나중에는 절에 사는 혜성스님이 초등학교로 내려가 반 아이들에게 햄버거로 한턱 낸 뒤 소동을 해결했다. 지금은 아이들과 친하게 지낸다.


하지만 어린 문수가 승,속을 드나들며 산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절대 아님을 나는 알수 있었다. 그의 앞날에 어떤 고비길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암자에 사는 문수는 아직은 그런 걱정이나 근심없이 오늘도 티없이 맑은 하늘처럼 파란 마음으로 생활하고 있다. 

 


'암자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암자일기- 섹스폰 보시  (0) 2010.07.18
암자일기-공양주  (0) 2010.07.10
암자일기-인연  (0) 2010.06.30
연리지의 육신설법  (0) 2010.06.28
암자일기-샤워실  (0) 2010.06.25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