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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자일기-공양주

암자일기

by 문성 2010. 7. 10.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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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양주(供養主). 절의 살림을 사는 사람을 말한다.


공양주 보살은 절의 곡간을 책임지는 보살이다. 그러다 보니 “절 인심은 공양주를 보면 안다”는 말도 있다. 심지어 ‘부처님은 영험한데 절 인심이 야박하다’는 소리를 듣는 절도 없지 않다.



그 절의 인심은 공양주 보살한테 달렸다. 어느 절이건 공양주 보살은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다.

새벽부터 일어나 공양 준비하고 제사가 들어오면 음식을 마련해야 한다. 예고없이 오는 신도들의 접대도 공양주의 몫이다. 부엌 청소는 물론이고 절의 빨래까지 맡아야 한다.



이런 실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공양주 보살은 산 좋고 물 맑은 곳에서 세상 편하게 산다고 말한다. 절의 일이란 끝이 없어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잠시 쉴 틈이 없다. 더 한 것은 절에 오는 신도들을 언제나 미소로 맞아야 한다.

본의 아니게 내몸이 불편하다고 다소 불친절한 표정이라도 짓다간 신도들의 구설에 시달려야 한다.

“절 보살이 저래서야 신도들이 자주 오겠어. 태도가 불친절하기 이를데 없네”

사실은 사람한테 시달리는 게 가장 큰 일이다.



공양주 보살은 절에서 생활하는 모든 스님이 하루 빨리 성불하길 기원한다. 수행에 게으른 스님들을 혼내는 것도 공양주 보살들이라고 한다. 스님중 공양주 보살한테 야단을 맞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말도 있다

“스님이 10년 수행하는 것 보다 공양주로 3년간 일하는 공덕이 더 크다”



길상암 (사진)공양주 보살은 합천 가야에서 ‘철이음식점’을 운영했다. 그런 연유로 ‘철이 보살’로 불렸다.

10여 년 전 명진 스님이 열반하신 후 일이 있을 때마다 돕다가 아예 공양주로 왔다.



공양주 보살은 문수를 자식처럼 보살핀다. 목욕시키고 옷 갈아입히고 먹이고, 개학을 하면 시간맞춰 학교에 보내야 한다.

문수도 보살을 보고 “엄마 엄마”하고 부른다. 이런 탓에 한동안 험한 소문에 시달렸다고 한다. 속세에서 남몰래 아이를 낳아 절에 맡긴후 아이가 크자 절로 키우러 왔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처음 이말을 들었을 때는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였지만 이제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고 했다. 사실이 아닌 일에 매달려 마음 고생을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녀는 출가가 소원이었다고 한다. 한 때는 해인사의 산내 암자에서 큰 스님을 시봉한 적도 있다. 하지만 당시 비구니 출가가 40세로 제한해 스님의 길을 포기했다.

이를 애통해 하자 해인사 큰 스님이 불러 ‘그대는 스님보다는 보살이 적합하다’고 해 마음을 고쳐 먹었다.



더위가 한풀 고개를 숙인 해거름녁이면 보살과 문수는 사이좋은 모자인양 호미를 들고 요사채 앞 텃밭으로 내려갔다. 너댓평 정도의 텃밭에는 상치와 고추 등을 심었다. 이 채소가 상에 오르면 구수한 된장과 맛있게 먹었다. 저녁무렵 마치 다정한 모자처럼 마주 앉아 잡풀을 뽑고 상치를 뽑는 모습은 정답고, 아름다웠다.



간혹 사하촌에서 인연맺은 처사들이 산행길에 길상암에 들려 커피를 한 잔 마시고 가는 모습을 보았다. 보살의 후덕한 인심이 없다면 그들이 험한 길상암까지 올리 없을 것이다.



우리 가정의 보살은 누구인가. 바로 이 땅의 어머니다. 이 세상 모든 어머니들은 보살같은 마음으로 가정을 꾸리고, 자식을 키운다.

절의 공양주 보살이 스님의 성불을 기원하듯 가족들이 모두 바르고, 잘되기를 기원한다. 그렇다면 나는 그런 어머니의 기대에 얼마나 부응했는가.



문득 고향 뒷산에 잠들어 계신 어머니가 더없이 그리웠다. 자식들이야 1년에 잘 해야 추석 무렵 성묘하러 가는 것이 전부다.  모두 먹고 사는 일에 바빠 평소에는 부모 생각도 하지 못한다. 아니  못하는 게 아니라 안한다.  그러면서  자식들은 한시가 멀다하고 챙긴다.


나는 불효자다.  사랑은 내리사랑이라더니 그 말이 맞다. 역시 삶은 살아 봐야 느끼는 법이다.
어머님은 지금도 자식들 걱정에 편히 잠들지 못하고 계실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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