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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지일기-소낙비

암자일기

by 문성 2010. 7. 21.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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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의 진객은 단연 소낙비다.

 


소낙기 하면 생각나는 게 있다. 황순원 선생의 단편 소설 ‘소나기’다.

순진무구한 시골 소년과 도시 소녀의 슬프지만 티없고 풋풋한 사랑을 그린 소설은 읽을 때마다 가슴이 설렌다.

 

아침나절부터 하늘에 시커먼 구름이 몰려 들었다.

“우루룽 쾅광”

더위에 허느적거리는데 갑자기 천둥이 울렸다.

뒤를 이어 세찬 바람이 ‘휘익’ 불었다.

이어 ‘우두둑’하며 마당에 콩알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소낙비 소리였다.


여름철 소나기는 성난 황소처럼 기세가 사납다. 소방호스에서 물이 뿜어 나오듯 굵은 빗줄기가 사정없이 산사를 내리쳤다.

 

소낙비가 내리니 시원해서 좋았다. 바닥에서 흙냄새가 물신 풍겼다. 후텁지근한 공기를 소낙비를 한순간에 밀어냈다. 폭염으로 갈증에 시달렸던 나뭇잎도 생기를 되찾은 모습이었다.

 

빗줄기가 요사채 마루까지 들이쳤다. 섬돌에 놓았던 고무신를 마루위로 올려놓았다. 그래도 비는 더 쏟아졌다. 다시 신발을 방안으로 들여 놓았다.


“쏴아 쏴야”

추녀를 따라 지붕에서 땅으로 빗물이 떨어졌다.

"그래 실컨 쏟아부어라" 


그러나 소낙비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사납던 빗줄기는 금새 순한 양처럼 가랑비로 변했다. 조금 있으려니 시커먼 구름이 무리를 사라지고 햇살이 배시시 고개를 내밀었다.

 

그래도 소나기가 쏟아지니 사람만 아니라 주변 소나무와 상수리 등이 생기를 되찾은 모습이다.

 

소낙비에 기세에 눌려 숨을 죽였던 매미들이 다시 노래를 부른다.

“매앰 매앰 맴맴”

 

인간이 자연의 품에 안길 때 가장 순수해 진다. 인간은 자연앞에 언제나 고개를 숙여야 한다. 자연은 우리 삶의 모태이다. 이 세상에 올 때는 부모님 몸을 빌렸지만 갈 곳은 자연의 품이다.

 

 

비 그친 자연은 한폭의 산수화였다. 산사 아래를 흰구름이 감싸고 있으니 그런 생각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마치 신선이 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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