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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자일기-나들이

암자일기

by 문성 2010. 7. 26.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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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밖 나들이

 



무더위가 극성을 부린다. 이런 날은 산사도 덥다.


그래도 아침 햇살은 투명하게 쏟아졌다.

모처럼 반나절 바깥 나들이를 했다. 나들이라고 해야 별 것도 아니다. 길상암을 내려가 아랫 시장에 다녀 왔다. (사진은 길상암 입구 전경)

 

해인사 가야 시장에 물건을 사러 나가는 길에 문수를 데리고 나갔다 문수가 기관지가 약해 병원에 간다길래 내가 데리고 갔다.

 

산중에서 지내려니 고무신이 필요했다. 어릴 적 고무신을 신고 다닌 후 정말 오랜 만이다. 아침 주지 스님에게 양해를 구한 뒤 공양을 하고 오전 9시경 길상암을 내려갔다.

 

곧장 가야 시장근처에 있는 병원으로 문수를 데리고 갔다.

평일이어서 다소 느긋한 마음으로 병원에 들어섰더니 이게 웬일인가.



이미 대기실이 만원이었다. 노인들이 대다수고, 어린 환자는 문수뿐이었다.

노인중에서도 할머니들이 대부분이었다. 통계를 보면 농촌여성의 99%가 무릎 관절염과 허리 병으로 고생을 한다는 것이다. 남편과 지식을 위해 평생 일하고, 남은 것이 이런 병이라면 너무 슬픈 일이다. 내 어머니와 할머니들도 저렇게 살다 돌아가셨다.


간호사에게 물었다.

“몇 시쯤 올까요”

“순서가 밀렸으니 11시 반 경 오세요”


병원을 나와 인근 시장으로 갔다. 나는 흰고무신을 한 컬레 샀다. 그래도 시간이 남아 인근 오락실로 갔다. 문수는 오락실에서 게임을 했다. 너무 좋아했다. 아예 오락실 기계속으로 빠져 들 지경이다.

 

약속 시간을 맞춰 병원에 갔다. 의사와 간사사들이 문수를 잘 알고 있었다. 의사는 처방전을 주며 약을 잘 먹으면 좋아 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수를 데리고 해인사로 올라갔다. 모처럼 나왔으니 바같 바람좀 쐬고 갈 생각이었다.

해인사 대광전과 장경각을 참배했다. 장경각은 수리중이었다. 해인사 서점에 들려 읽을 책 세 권을 구입했다. 문수한테는 만화책을 두 권 사주었다. 나온 김에 아예 목욕까지 하고 점심을 먹은 후 느긋하게 길상암으로 올라갔다.


산사로 돌아와서도 낮에 병원에서 본 노인들의 모습이 남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이제는 꿈속에서 만나는 어머니와 할머니 모습이 눈 앞에 자꾸 아른 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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