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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자일기- 그 마음을 내놔라

암자일기

by 문성 2010. 8. 3.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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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우소(解優所).


 

어렵게 생각할 게 없다. 절에서 화장실을 해우소로 말한다. 그 의미가 심상치 않다. 근심을 푸는 곳, 번뇌가 사라지는 곳이라는 의미다. 선사들의 해학이 담겨 있다.

 

 

산사 생활에서 가장 불편한 점이라면 단연 화장실 문제다.

산사 화장실은 가장 외진 곳에 있다.

‘처가와 화장실은 멀수록 좋다’는 옛 말이 있긴 하지만 처가도 없는 스님들이 회장실을 외진 곳에 짓는 이유는 무엇일까. 처음에 그런 생각이 절로 들었다.

 

 

처음엔 화장실 가기가 겁났다. 산사는 밤 9시 모두 잠자리에 들었다.

사방이 고요한데 밤중에 혼자 외진 화장실로 가려면 괜히 주위를 두리번 두리번했다.

한 두 번은 생리현상을 참았다. 그러나 그것도 한 두 번이지 매번 그럴 수는 없었다.

 

이럴 때 나를 달래 준 것이 달마대사의 안심법문(安心法問)이다.

달마대사를 제자인 혜가가 찾아가 물었다.

“스님 요즘 제 마음이 불안합니다. 부다 불안한 제 마음을 편하게 해 주십시오”

달마대사가 말했다.

“ 그렇다면 너의 그 불안한 마음을 가져 오너라. 네 마을을 편하게 해 주마”

혜가는 그 마음을 아무리 해도 가져올 수 없었다.

“마음을 찾을 수 없습니다”

달마대사가 말했다.

“그렇다면 그것이 어찌 그대의 마음이겠는가. 나는 이미 네 마음을 편하게 해 주었다”

달마의 이 말에 혜가는 깨달음을 얻었다.



혜가에게 어느 날 한 사람이 찾아와 자신의 죄를 없애달라고 빌었다.

혜가는 말했다.

“그 죄를 내게 오게. 내가 죄를 없애주마”

그 사람이 낭패스런 표정으로 답했다.

“죄는 찾았으나 가져 올 수가 없습니다”

“나는 이미 그대의 죄를 없앴네”

이에 감명을 받은 그는 불법에 귀의했다. 그가 바로 혜가의 법통을 물려 받은 3대 조사 승찬이었다.



승찬에게 어느 날 사미승이 찾아와 예를 올렸다.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해탈 법문으로 인도해 주십시오”

‘누가 너를 묶어 놓기라도 했단 말인가“

그 사미승이 4대 조사인 도신이었다.

 

결국 무서움도 마음의 장난이었다. 내 마음내기에 따라 무섭기도 하고 아무렇지도 않았다.


절 주위에 있는 바위나 소나무는 밤이나 낮이나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다.

폭염이나 폭설, 엄동설한이라도 아무런 동요가 없다. 낮에는 아무렇지도 않다가 밤이면 무섭다는 것은 내 마음의 심술이요 망상이었다.

 

 

심심유곡에서 홀로 수행하는 스님들이 얼마나 많은 가. 그에 비햐면 길상암은 도시라고 할 수 있다. 전기도 없는 곳에서 산 짐승들의 울음소리를 벗삼아 수행하는 스님들의 마음에 무서움이나 망상이 가득하다면 홀로 수행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밤중에 화장실 가는 일이 아무렇지도 않았다.

마음 한 번 고쳐먹으니 세상이 다르게 보였다. 바위나 돌, 소나무들이 밤에 무섭다고 난리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가. 오직 인간들만이 마음의 망상으로 오욕칠정에 시달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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