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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자일기- 독서

암자일기

by 문성 2010. 7. 29.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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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삼여(讀書三餘)란 말이 있다.

 

위나라 사람 동자(蕫子)가 한 말이다. 그는“ 밤은 낮의 여분이요, 비 오는 날은 보통 날의 여분이다, 겨울은 한 해의 여분이라”며 이런 여분의 시간에 마음을 집중할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독서하기 좋은 시간이란 삼라 만상이 잠든 밤이나 비가 내리는 날, 산과 들에 눈이 하얗게 내린 겨울 등이라고 한다.

 

 

이런 삼여에 못지 않은 곳이 바로 산사의 독서다.

실제 산사에서 나홀로 독서삼매에 빠져보시라. 그 맛이 얼마나 정갈한지를 알 수 있다.

 

 

산사에서 하는 독서는 마음먹기에 달렸다. 산사는 밤낮의 구분이 필요없다. 예불시간이 아니면 누구의 간섭도 없다. 자연의 소리외에 훼방꾼이 없다.

 

 

나는 길상암으로 가면서 책을 몇 권 가방에 넣어갔다. 그 책을 생각보다 빨리 읽었다. 길상암에는 TV와 신문, 라디오 등이 하나도 없었다.

하루 세 번 예불을 하고 나면 다른 데 신경 쓸 게 없었다. 정신도 맑아 집중력도 생겼다. 자연스럽게 눈과 손이 책으로 옮겨 갔다.

 

 

책 읽는 것도 마음이 가는대로 했다. 마루에 앉거나 아니면 방에 드러누워 책을 읽었다. 그러다가 졸리면 낮잠을 즐겼다. 무위도식이라 할 만하다.

주위에서 나를 방해하지 않으니 하루에 책 한 권 읽기는 간단했다.

 

 

해인사 서점에서 산 “물소리 바람소리” “집착을 버리면 행복이 보인다” 등을 단숨에 다 읽었다. 산사에서 하는 독서의 묘미는 직접 체험하지 않으면 모를 것이다.

 

 

독서삼매에 빠지는 일은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일이다. 산사의 나홀로 독서는 상상만해도 즐겁다.

 

 

어느날, 오후 사하촌에 나갔던 혜성스님이 발을 하나 사다 주었다.

요사채 방 입구에 발을 쳐 놓으니 운치가 상당했다. 마치 옛 선비가 된듯한 기분이 들었다. 운치 못지 않게 편한 점도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문에 발이 없을 때는 방문을 열어 놓고 쉴 때도 바깥 동정에 신경이 쓰였다. 한번은 문을 활짝 열어놓고 큰 대자로 방에 누워있다가 쉬다가 신도들이 지나가는 화들짝 놀라 벌떡 일어난 적이 있다. 대문 없는 절간이니 언제 사람이 지나가다 방을 들여볼 수 있어 긴장을 풀 수 없었다.

 

 

이런 처지에 놓였다가 문에 발을 쳐 놓으니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발을 쳐 놓으니 안에서는 밖을 볼 수 있지만 밖에서는 안을 볼 수 없었다. 마치 드라마에 나오는 궁중 사극의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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