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암자일기-그대만의 시간을 가져라

암자일기

by 문성 2010. 8. 7. 11:29

본문



고요한 한 낮.  매미도 조는 시간이다.   귓전에 들리는 것은 자연의 소리가 전부다. 하늘과 바람, 물과 새 들의 속삭임...


나 홀로  암자 주변을 산책했다.


마음이 내키는 대로 가장 편하게 느릿 느릿 걸었다. 목적지가 없으니 멀리 갈 일도 없다. 암자 주변이니 급할 일도 없다.


그저 지난 날 삶의 족적을 음미하며 산사 주위를 한바퀴 돌았다. 

그 기분이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청정한 공기, 짙은 녹음, 햐얀 햇살아래 조용히 걸고 있노라면 정신이 맑아졌다. 내 육신을 짓누르던 탐진치도 부처님 뒤로 몸을 숨겼다.  원래 삶이란 게 욕심과 고뇌의 연속이다.  그걸 버린다는 게 얼마나 입술에 달린 말인지 살면서 더욱 절감한다. 지난 과거는 흑백사진 같은  흔적이다.



하안거나 동안거를 끝낸 스님들이 바랑을 등에 메고 길 떠나는 발 걸음이 가벼운 것은 다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숱하게 많은 날을 홀로 걸으면서 자신의 마음속 칼날을 무디게 만들고 원망하는 마음을 떠도는 구름에 실어 날려 보냈기 때문일 게다.

그래서 나는 그런 스님네를 존경한다. 자신을 버릴 수 있고 자신의 마음을 비울 수 있다는 게 어디 속인들이 쉽게 할 일인가.  당장 눈 앞에 만원 짜리 한 장이 떨어져 있다면 줍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될 까?.



홀로 걷는 길은 반성하는 시간이다. 아름드리 소나무와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풀들의 손을 잡기도 하며, 자신의 지난 발자취를 성찰했다. 후회가 많은 삶이었다.  



사람이란 고비를 만나야 자신의 길을 수정하는 묘한 버릇이 있다. 역경에 처해야 자신을 되돌아보고 후회한다. 생각하기에 따라 후회는 거듭 남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지난 2003년 열반하신 청화 스님은 불교를 ‘심종(心宗)’이라고 강조했다. 모든 것이 마음에 달렸다는 것이다.



내 마음이 죄를 만들기도 하고 없애기도 한다. 한 생각이 인간의 미래를 좌우한다.
사람이 죄를 생각을 하지 않으면 죄지을 일이 없다. 걸으며 나도 되돌아보니 잘못한 일이 너무 많았다.



이제 껏 살아오면서 성냄과 시기질투. 탐욕, 나쁜 말. 거짓말 한 죄 등이 얼마나 많았던가. 가족과 형제자매, 회사 선.후배 등에게 잘한 게 별로 없다. 내가 잘못해 놓고 다른 사람한테 짜증내고 화풀이를 한 적도 있다.



왜 나는 인연맺은 이들의 의지처가 되지 못했을까. 인간은 지나고 난 뒤 후회하는 것 보니 미련한 중생임에 틀림없다.



행복이란 누가 가져다 주는 선물이 아니다. 내가 만들어야 한다. 이제까지 나는 행복을 내가 만들 생각은 않고 남이 가져다 주기만 기다린 셈이다.



역시 사람을 홀로 자연속에서 지내 볼 일이다. 가능하다면 적막한 산사에서 홀로 오솔길을 걸어 볼 일이다.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남은 삶에 한숨이 묻지 않고 후회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런 시간을 갖는 것은 이 세상 그 무엇과 비교할 수 없는 소중한 일이다.  이 무더운 여름 인산인해의 군상속에서 정신없이 지내지 말고 자신을 찾는, 그래서 자신을 점검해 보는 그런 나홀로 시간을 가져 보심이 어떨까.  자신의 삶에 보탬이 될 일이다.


'암자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암자일기- 간절히 기도하라  (0) 2010.08.23
암자일기-염불  (0) 2010.08.11
암자일기- 그 마음을 내놔라  (0) 2010.08.03
암자일기- 독서  (2) 2010.07.29
암자일기-나들이  (0) 2010.07.26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