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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버리셔야 합니다" 노무현의 육성기록

이현덕의 책마당

by 문성 2009. 10. 6.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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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지음. 성공과 좌절. 학고재 펴냄


머리말이 없는 책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마지막 남긴 미완의 회고록인  '성공과 좌절'이 그렇다.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이 아니겠는가... 운명이다/ 화장해라.그리고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오래된 생각이다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유언이 책의 머리글을 대신한다.  이 책은 노 전 대통령이 '사람사는 세상'에 남긴 마지막 육성 기록이다. 그의 직설적인 언행 못지 않게 솔직한 그의 생각을 담았다. 청와대를 물러나기 전에 쓴 글도 있다. 

 "이제 대통령직을 떠납니다.시민의 지위로, 또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지요."

굿바이 청와대'라는 글에서 그는 막중하고 영광스러우면서도 힘들고 어려운 대통령직을 떠나 자유롭고 홀가분한 전원 생활에 대한 기대감을 그렇게 표현했다.  
 그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 봉하마을로 돌아갔건만 비극적인 자살로 삶을 마감한 비운의 전직 대통령이 됐다.
  그래서 미완의 글에 가슴이 아리다.

이 책에는 노 전 대통령이 남긴 원고지 90페이지 분량의 미완성 원고와 비공개 인터넷 카페에 올렸던 글, 비공개 인터뷰 내용이 담겨 있다. 그의 성공과 좌절의 굴곡진 삶이 그대로 담겼다.

그는 “자신의 실패한 이야기가 거름이 되기를 바란다”며  “정치 하지 마라”고 결론내린다.  그 이유로 “성공못할 짓을 왜 하려느냐”고 되물었다. 이 말은 그의 진심일 게다. 이제 껏 한국의 대통령치고 국민의 사랑과 존경을 받는 대통령이 몇이나 있는가. 

그는 퇴임후 정보와 지식, 논리의 장터인 ‘사람사는 이야기’란 홈페이지를 개설했다. 자신의 필명을 '우공이산'으로 정했고 직접 글도 올렸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이 공약한 ‘상식이 통하고 원칙이 지켜지고 법이 공정하게 집행되는 사회’를 지향했다.
 그럼에도 그는 “지금 나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성공과 영광의 기억이 아니라 실패와 좌절의 기억”이라며 자신을 ‘성공하지 못한 대통령’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국가 지도자는 “국민의 눈높이를 뛰어넘어  역사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 전대통령은 정치인들에 대한 고언으로 “민심에 편승해 표만 받으려 하지 말고 역사와 진보의 전선에 서서 상황을 돌파하고 때로는 민심을 이끌어 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서거 전 언론사 사진기자들이 봉하마을 자택 주변에서 취재활동을 벌인데 대해서도 “아이들도, 친척들도, 친구들도 아무도 올 수가 없다. 신문에 방송에 대문짝만하게 나올 사진이 두렵기 때문”이라며 지난 4월말 홈페이지에 ‘제 집 안뜰을 돌려주시기 바랍니다’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 당시 그의 심정은 유배당한 영혼이었을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참여 정부 5년에 대한 평가도 했다.
 

그는 남북정상회담 후 김정일 위원장에 대해 “국정 전반을 소상하게 꿰고 있었고 나름의 소신과 논리를 체계적으로 표현하는 사람”이라며 “대회가 되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이 체류연장을 말했던 것에 대해 “큰 건 내가 결정해도 작은 건 내가 결정 못한다”고 답한 것은 전략적으로 말한 것이 아니라 평소 버롯대로라고 말했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독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김 전대통령이 청와대에 있을 때 지금의 방 하나가 서고였다”며 “그의 엄청난 독서는 온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라고 적었다.  사법시험 이야기, 바보 노무현과 노사모, 고향으로 간다 등 정치 역정의 단상도 남겼다.

그는 자신이 태어나 자랐고 나중에 퇴임해 정착한 봉하마을에서 비극적인 삶을 마감했다. 그는 자신의 유언에 따라 사저 옆에 마련한 작은 비석아래서 긴 잠에 들었다.
  그는 이 세상의 온갓 영욕을 허공에 훌훌 털어 버리고 떠나갔지만 그가 남긴 성공과 좌절의 이야기는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모든 이에게 두고 두고 삶의 숙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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