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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덕의 정보통신부 그시작과 끝<77>

[특별기획] 대통령과 정보통신부

by 문성 2011. 2. 18.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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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3월15일.

한국 기업사(史)에 극히 보기 드문 일이 발생했다.

업계 랭킹 1,2위를 차지하는 삼성과 현대가 장비제조업군에서 가장 먼저 PCS사업 제휴라는 사상 초유의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이다. 앙숙에 가까운 두 재벌의 제휴는 ‘영원한 적도 친구도 없다’는 기업세계의 냉엄한 현실을 반영했다.

 

삼성과 현대는 이날 정통부 기자실에서 사업추진 설명회(사진.전자신문)를 갖고 “6월 선정될 개인휴대통신(PCS) 사업에서제휴키로 합의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국내 최강의 컨소시엄구성이었다.

 

남궁석 삼성데이타시스템 사장(정통부 장관. 16대 국회의원. 국회사무총장 역임. 작고)와 김주용 현대전자 사장(고려산업개발 사장 역임. 현 한국공학한림원회원)은 PCS 사업자 선정과 관련, 양사가 연합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 업체 사장은 "98년 통신시장 개방을 앞두고 굴지의 선진국 통신사업자들이 국내시장 진출을 추진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이들 선진 거대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양사가 협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데 인식을 같이했다"면서 양사의 제휴 배경을 설명했다.

  양사는 PCS 사업권을 획득할 경우, 곧 양 그룹에 속하지 않는 합작법인을 설립,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 전문경영인에 의한 독자적 경영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두 그룹은 초기 자본금 2천억원 규모의 연합컨소시엄에 1백여개의 중견.중소기업을 참여시키고 이들에게 양사가 보유하고 있는 통신 관련 기술 및 노하우를 적극 이전하는 방안을 강구키로 했다고 밝혔다. 또 연합컨소시엄 지분은 삼성.현대가 각각 20%, 중견기업 30%, 중소기업 30%로 나누는 문제를 검토중이라고 덧붙였다.

  두 그룹은 이어 각기 운영해오던 PCS사업 추진팀을 통합, 운영키로 하고 이날부터 합작계약서 작성작업에 들어갔으며 앞으로 통신사업분야에서 공동위원회를 구성, 기술교류를 확대키로 했다고 밝혔다.

  숙명의 라이벌관계인 두 재벌간 제휴는 누가 어떻게 추진했을까.

이를 성사시킨 사람은 남궁석 사장과 홍성원 박사(청와대 과학기술비서관. KAIST서울분원장.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 회장 역임)라인이었다.

  홍박사는 당시 현대전자 부사장으로 영입돼 글로벌스타 사업을 추진했고 현대통신서비스사업본부장으로 PCS사업의 책임을 맡고 있었다. 남궁 사장은 삼성그룹 통신사업기획단장이었다. 남궁 사장은 특이하게 삼성과 현대그룹을 오가며 근무한 드문 경력자였다. 남궁 사장은 이전에 현대전자 부사장으로 일했다. 그는 두 그룹의 오너들과 대화가 통하는 사이였다.

  홍 박사의 기억.

“남궁 사장과는 자주 만나서 사업권에 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그러다가 삼성과 현대가 손잡고 컨소시업을 구성하자는 아이디어를 냈어요. 누가 먼저 제안했는지는 오래전 일이라 확실하지는 않지만 분명히 획기적인 안이었습니다. 둘 다 ‘그것 좋은 아이디어다. 그러면 한번 추진해 보자’고 해서 추진을 한 것입니다.”

  두 사람은 이런 계획을 그룹회장에게 각각 보고해 승낙을 얻었다. 홍 박사는 정몽헌 현대전자회장(현대그룹회장 역임. 작고)에게 보고해 결심을 받아냈다. 남궁 사장은 3월13일 이건희 회장의 승인을 받았다. 이 회장은 당시 일본 출장중이었다.

  홍 박사의 계속된 증언.

“당시 두 회사의 제휴 자체가 큰 이슈였습니다. 일부에서는 두 회사의 제휴에 대해 ‘쇼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없지 않았습니다만 우리는 새로운 형태의 컨소시업 구성이고 심사에서 꽤 유리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

정부의 사업자 선정 수정안에 대해 재계는 합종연횡이란 짝짓기 묘수로 대응했고 이런 현상은 들불처럼 각계로 번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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